[인터뷰] 프랭크 자누치 맨스필드재단 대표
바이든 상원 외교위원장 12년 보좌 지한파
프랭크 자누치 미국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1997년부터 2012년까지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일했다. 이 가운데 12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상원의원이던 때다. 그는 바이든 당선인의 상원 외교위원장 시절 보좌관이었고, 2008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선후보 캠프에선 한반도팀장도 맡았다. 워싱턴의 대표적인 '바이든 사람'이자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셈이다.
자누치 대표는 7일(현지시간) 한국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북미관계 전망을 묻는 질문에 "바이든 당선인은 여러 차례의 사전 대화와 함께 어떤 종류의 고위급회담이라도 준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준비 부족 상태에서 두 차례 회담을 진행한 것과 달리 사전에 충실한 준비와 실무협상을 거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원인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함께 개인 품성을 우선 꼽았다.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한 가장 큰 이유는 뭐라고 보나.
"선거는 정책에 관한 것만큼이나 (개인의) 품성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신뢰할 수 있는 성실한 사람이다. 대다수 미국인은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대통령직을 동정심과 정직함으로 접근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지지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왜 패배했다고 생각하나.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는 코로나19나 기후변화 등에 있어선 반(反)과학적인 것에 기초했다. 또 무능함과 고위직 부패로 점철돼 왔다. 4년 더 지지해달라고 하는 트럼프 정부에 코로나19 사망자 25만명이라는 끔찍한 숫자는 부담이었다."
-코로나19가 결정적이었다고 보는 건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없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거의 확실히 재선에 성공했을 것이다. 미국인들은 대체로 '잘 먹고 잘 사는 일'을 위해 투표한다. 오바마 정부 8년간의 안정적인 경제 성장과 지난 3년의 성장이 맞물려 이룬 경제 성과를 보고 투표했을 수 있다. 만약 공공보건 위기 상황에 직면한 트럼프 정부의 엄청난 무능을 부각시킨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이민정책, 건강보험, 대대적인 적자, 인종 간 긴장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실패했는데도 대선에선 패하지 않았을 수 있다."
-대선 이후 민주당과 공화당의 양당 정치에도 변화가 있을까.
"쉽지는 않겠지만 민주당은 공화당이 장악할 가능성이 높은 상원과 공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민주당은 의료, 기후변화, 조세정책 등을 둘러싼 정책 논쟁에서 내홍을 겪을 것이다. 공화당은 대학 졸업 이상 학위를 갖고 있으면서 백인이 아닌 유권자 지지를 끌어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백인남성'이라는 축소된 공화당 기반으로는 전국정당을 지탱할 수 없을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할 중요 이슈는 뭘까.
"심각한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대처가 가장 중요하다. 또 그와 관련된 경제적 비용 문제가 최우선순위에 놓일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외교정책의 목표를 무엇으로 둘까.
"그는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 함께 일하는 데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 강화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중국과의 경쟁은 지속되겠지만 일대일 경쟁은 줄어들고 더 많은 다자 매커니즘 채널을 거칠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북핵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까. 비핵화 협상은 진전이 있을까.
"바이든 당선인은 동맹에 관해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북한의 도전에 관한 접근법도 한국 및 미국의 핵심동맹인 일본과의 긴밀한 협의와 정책 조율에서 시작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은 관여(engagement)와 대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준비나 행동계획 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던 것과 달리 바이든 당선인은 여러 차례의 사전 대화와 함께 어떤 종류의 고위급 회담이라도 준비할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달 22일 마지막 TV토론 당시 '어떤 조건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겠느냐'는 질문에 "핵능력을 낮추겠다는 조건에 동의해야 한다. 한반도는 핵이 없는 지역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한미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논란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최근 한국 매체 기고를 통해 한미동맹에 대한 강한 헌신, 정책 조율을 강화하겠다는 의지, 기후변화부터 중국의 부상과 북핵 문제 등에 공동 대처하기 위한 협력 등을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주둔) 미군 규모와 한국의 (주한)미군 재정 지원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예상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달 29일 한국계 미국 유권자 대상 연합뉴스 기고문에서 "말은 중요하다. 그리고 대통령의 말은 훨씬 더 중요하다. 대통령으로서 나는 우리의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무모한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기보다는, 동아시아와 그 이상의 지역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국과 함께 설 것이다"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 및 주한미군 감축 압박을 비판한 것이다.
-미국 대선 이후 한미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뭐라고 예상하나. 한국 정부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것과 북한이 악순환을 불러오는 어떤 도발적 행동도 못하도록 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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