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인내'로 북핵 능력 고도화됐다 비판론
실무협상 통한 동시·단계적 협상 시도 가능성
내년 백악관 입성을 사실상 확정지은 조 바이든 행정부 대북 정책에 대한 예상은 두 가지로 갈린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이어받느냐,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유화적 태도를 바탕으로 동시·단계적 비핵화 협상에 나서느냐다. 과거 민주당 정부가 선보였던 양 갈래의 대북 접근법 중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어디로 수렴할지는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외교가는 내년 도쿄 올림픽이 북미 협상 재개와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의 방향을 가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란 실질적 비핵화 협상은 후순위로 배치하고 북한이 핵포기 의지를 보일 때까지 대북제재·압박으로 일관한 오바마 행정부 2기의 대북 정책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폭력배(thug)"라고 부르거나, "나에 대한 북한의 모욕은 영광의 훈장"이라는 바이든 당선인의 최근 대북 발언을 놓고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이 전략적 인내로 흐를 수 있다는 관측이 없지 않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등 국내 현안이 산적한데다, 외교 사안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기한 동맹 관계 회복이 최우선 과제여서 북핵 문제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연령상 재선이 어려워 4년 임기 동안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일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에 북핵 문제를 건드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가 과거 전략적 인내를 그대로 답습하진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의 담판 식 협상이 실패했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전략적 인내도 실패한 정책이란 점을 바이든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 기간 핵실험만 4차례 이뤄지는 등 북핵 고도화를 결과적으로 방치했다는 비판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상 간 담판 협상을 이어갈 수도, 전략적 인내를 답습할 수도 없다면 과거 민주당 정부가 추진했던 동시·단계적 비핵화 협상에 다시 관심을 둘 개연성도 있다. 클린턴 행정부와 오바마 1기 행정부는 북핵 능력 동결을 목표로 한 제네바 합의(1999년)와 2·29 합의(2012년)를 도출한 바 있다. 실무자 간 협상을 통해 제한적 비핵화와 이에 상응하는 제한적 보상을 맞바꾼다는 형태로 합의 문턱이 그나마 낮은 편에 속한다.
실제 바이든 당선인은 공약문에서 "북한 문제에서 우리는 우리 협상가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한편 동맹국과 다른 국가들과의 지속적이고 조율된 행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대화 채널을 정상급에서 실무급으로 다시 옮기는 한편 한국과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과의 협의도 강화하겠단 뜻이다. 6자회담 등 다자회담 복원 가능성도 열어 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교가는 내년 7월로 연기된 도쿄 올림픽을 주목하고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대화 무드로 전환점이 됐던 것처럼 도쿄 올림픽도 비슷한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역시 지난 5일 "도쿄올림픽에서 북핵 6자회담 정상이 모여 회의를 할 수 있다면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중재자 역할에 대한 의지를 밝힌 상태다. 우리 정부도 도쿄 올림픽에 북한 참여를 이끌어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의 중요한 계기로 만들어겠다는 복안이다. 내년 상반기 바이든 정부가 대북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도쿄 올림픽이 향후 4년간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 향방을 가르는 모멘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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