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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남의 땅에 쓴 조상묘, 20년 넘었으면 계속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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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남의 땅에 쓴 조상묘, 20년 넘었으면 계속 사용"

입력
2020.11.0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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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묘기지권' 관습법은 합헌" 결정

추석을 앞둔 지난 9월 30일 한 공원묘지의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뉴시스

추석을 앞둔 지난 9월 30일 한 공원묘지의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뉴시스


20년 넘게 다른 사람의 땅에 묘지를 쓰고 관리를 해왔다면 계속해서 묘지로 사용할 권리가 생긴다는 관습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달 29일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다른 사람의 토지를 묘지 조성에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인 분묘기지권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분묘기지권은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설치하는 것 뿐만 아니라 승낙을 받지 않았더라도 20년 동안 문제 없이, 공공연하게 점유한 경우에도 인정되는 권리다. 대법원은 1957년부터 분묘기지권을 우리 사회의 관습법으로 인정해왔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A씨는 자신의 땅에 있던 묘지를 정리해 유골을 화장했다가 2014년 묘지설치자인 B씨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B씨는 “해당 묘지는 조선 후기 설치된 이래 후손들에 의해 관리되다가 1957년부터는 아버지가 관리하기 시작했다”며 분묘기지권을 주장했다. 법원이 B씨의 손을 들어주자, A씨는 2017년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재도 법원과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헌재는 “설치 기간을 제한하거나 이장을 강제한다면 분묘를 매개로 형성된 정서적 애착관계나 지역적 유대감이 상실될 수 있고, 누구라도 타인의 분묘를 존엄한 장소로서 존중하고 함부로 훼손하여서는 안된다는 우리의 전통문화에 배치된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또한 “분묘기지권이 발생하기 전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언제든지 소유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며 토지 소유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이어 “분묘의 수호와 봉사가 중단되거나 분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분묘기지권 역시 소멸한다”며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제한은 그 범위가 적절히 한정돼 있다고도 덧붙였다.

반면 이은애, 이종석 재판관은 “관습법은 헌법 규정에 의해 국회가 제정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받은 규범이라고 볼 수 없다”며 관습법이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반대 의견을 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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