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세 부과로 중국 완제품 대미 수출 줄면
중 의존도 높은 국산 석화제품 수요도 감소?
미국 내 설비투자 줄면 가격경쟁력 확보 가능
자동차 관세 부과 우려는 덜었지만?
친환경 차량 보급 확대 따른 득실 불투명?
미국 내 공장 증설 기업 법인세 인상 영향
친환경 공약을 앞세운 조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함에 따라 우리나라 대표 산업인 석유화학ㆍ자동차 시장에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새로운 규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변수다. 해당 기업들은 “누가 당선돼도 크게 바뀌는 것은 없다”고 애써 포장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의 영향을 분석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환경규제 강화를 추구하는 바이든 당선인의 정책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산 완제품의 대미 수출 감소에 따른 부정적 영향과, 미국의 석유화학 산업 투자 감소에 따른 반사이익 가능성을 따져가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중이다.
석유화학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중국을 타깃으로 한 탄소조정세 부과다. 미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하는 통상 정책을 펼치면서 가전이나 컴퓨터 등 제조에 석유화학 제품이 사용되는 중국산 완제품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결국 중국 시장 공급 의존도가 높은 국산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국내 석유화학 제품 수출량에서 미국 비중은 10% 미만이지만,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이른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이 20% 가까이 급감한 바 있다”며 “반대로 올 3분기 국내 석유화학 회사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건 미국 내 가전ㆍ컴퓨터 등 수요가 증가하면서 중국으로 국내 업체들의 원료 공급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을 비롯한 주요 국내 기업들이 '2050년 탄소 제로 성장'을 선언하긴 했지만, 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나 제도 등은 아직 유럽 같은 선진국을 따라가는 수준에 그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결국 미국이 환경규제를 강화하면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연구개발(R&D) 및 설비 투자 비용이 우리 기업에게는 추가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기회요인도 분명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석유화학 설비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2023년 이후 대규모 신규 설비가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정권 교체로 투자 계획의 상당 부분이 축소되거나 백지화할 여지가 생겼다. 이 여파로 미국의 석유화학 제품이 아시아로 공급되는 물량도 당초 예상보다 줄며 국산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도 안도와 함께 부담이 교차하고 있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언급하며 근거로 꺼내든 무역확장법 232조를 도입할 것이라는 우려에선 벗어났다. 국내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가격 대비 높은 성능으로 점유율을 높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관세 부과는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바이든 당선인은 우방국과의 관계 회복을 우선시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합리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반면 바이든 당선인이 내연기관차 연비규제 강화와 동시에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 보급을 늘리겠다는 점은 향후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2035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중단을 선언한 캘리포니아주처럼 일정 기간을 두고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ㆍ축소 정책을 펼 가능성이 다분하다.
일각에선 국산 전기차 배터리와 친환경차의 미국 점유율 높이는 기회가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가 주도하고 있는 데다, GM도 전기차 업체로 대대적인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 바이든 행정부에서 친환경 정책을 통해 해당 기업들의 우위를 한층 견고하게 만들 수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자동차 산업 주류가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빠르게 재편되는 흐름이라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도 결국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이 될 것”이라며 “결국 바이든 후보의 당선으로 크게 바뀔 것은 없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자동차와 석유화학 업계를 포함해 미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법인세 인상을 걱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투자하거나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게 감세, 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부여했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법인세 최고 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리고, 최저임금도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때문에 현대차와 삼성전자 등 미국 시장에서 직접 제품을 생산하며 매출을 올리는 기업은 상당한 이익 감소가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 전자업체 임원은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따라 미국 내 공장을 신ㆍ증설한 기업 중심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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