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승리, 유명희 지지한 미 입장 변화 전망
WTO 이사회 연기, 트럼프의 대선 불복 등 변수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한국인 최초의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배출의 꿈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높다. 차기 WTO 사무총장으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지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이 변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8일 정부 당국 등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WTO 차기 사무총장에 도전해 최종결선에서 사실상 패배한 유 본부장의 거취를 놓고 현재 심각하게 검토 중이다.
유 본부장이 곧 자진사퇴를 공식 발표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이 높고 오는 9일로 예정됐던 WTO 사무총장 선출 일정도 연기되는 등 여러 변수가 발생하면서 일단 우리 정부도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8일 WTO 의장단은 최종 결선 선호도 조사를 바탕으로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사무총장으로 단수 추천했다. 컨센서스(의견일치)로 사무총장을 뽑는 WTO 방식에 따라 유 본부장이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통상 절차였지만 미국이 즉각 거부권을 행사하고 유 본부장을 공개 지지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미국 지지가 유 본부장에게 마지막 반전의 열쇠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우리 정부와 유 본부장이 미국 입장을 고려해 조기에 사퇴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이어졌다.
여기에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도 유 본부장에겐 악재였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다자무역질서, WTO 규범에 대해 우호적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선을 긋는 차원에서라도 WTO 기능의 조속한 회복을 위해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중국을 최대 경쟁국이자 미국 일자리 손실의 원인 제공자로 보는 인식은 같은 만큼 바이든이 중국이 밀고 있는 나이지리아 후보를 사무총장으로 지지할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다수 통상 전문가들은 바이든 후보가 전임 트럼프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은 유 본부장을 강력하게 밀지는 않을 거라 전망한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하면 유 본부장이 조만간 자진사퇴를 선언할 가능성도 있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일단 바이든 후보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더라도 대통령 공식 임기를 시작하는 내년 1월 20일 전에는 아무런 대표성을 갖지 못한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할 의사를 밝히고 있어 당선인 확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혼란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차기 사무총장을 추대할 예정이었던 오는 9일 WTO 일반 이사회 특별회의도 미뤄졌다.
전날인 7일 외신 등에 따르면 데이비드 워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보건 상황과 시사 문제 등을 이유로 대표단이 공식 결정을 내릴 처지가 되지 못할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워커 의장은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모임을 연기하기로 했고 그동안에는 대표단과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과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고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사무총장 선출을 연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정치, 외교적인 상황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유 본부장은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진 가운데서도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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