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인민군의 한국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인민군 전사자묘를 참배했다고 지난달 22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미국 대선 개표가 사흘 넘게 진행되는 대혼전 양상을 보이면서 미국에 대한 북한의 침묵도 길어지고 있다. 북한이 내심 응원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패색이 짙어진데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측의 대북 정책 기조도 유동적이어서 북한으로선 최대한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미 대선 개표 나흘째인 6일에도 미 대선과 관련해서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는 물론이고 대외선전매체에도 미 대선이나 바이든 후보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북한은 현재 미 대선과 관련해 별다른 보도 없이 80일 전투나 비상방역사업 보도만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북한은 미 대선과 관련해 승패가 확정되기 전에 공식매체를 통해 반응을 보인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할 당시에는 대선 사흘 뒤 “현 대통령 버락 후세인 오바마가 공화당 후보인 밋 롬니를 누르고 대통령으로 다시 선거됐다”며 당선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2016년 11월 8일 치러진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됐을 때는 두 달 가까이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북한은 대신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점쳐진 9일 “미국이 핵 강국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가를 결심할 때가 됐다”(조선중앙통신 논평)거나 당선이 확실시된 10일 “조선이 핵무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에 기초해야만 다음 미국 대통령이 현실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노동신문 논평)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간접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이 나올 때까지 사태를 관망하면서도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각인시키며 탐색전에 돌입했던 것이다.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2018년 6월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찬을 마친 뒤 산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소송전으로 논란이 계속되는 이번 대선의 경우 개표가 끝나 당선 윤곽이 나오더라도 북한의 침묵은 더욱 길어질 수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까지 했던 트럼프가 됐다면 당장 친서라도 보냈겠지만 협상 라인이 없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선 당선 확정도 안됐는데 바로 반응을 보이긴 어려울 것”이라며 “새 정부의 대북 기조가 나올 때까지 관망하거나,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와 협상 테이블에 앉기 위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입장을 빨리 정리하는 행보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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