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영화제가 장점도 있겠지만 단점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제작사 입장에선 불법 복제의 위험을 피하기 어렵고, 관객과 직접 만나 반응을 볼 수도 없어요. 온라인에선 관람을 도중에 중단하기도 쉽죠. 영화 마켓은 온라인이 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영화와 관객은 극장에서 직접 만나야 한다는 원칙이 옳다고 봅니다. 물론 철저한 방역과 거리두기 원칙은 지켜야죠.”
5일 개막작 '동백정원' 상영 후 인근 카페에서 만난 김동호(83)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코로나19 시대에도 영화제에선 극장 상영이 원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영화계의 큰 어른인 김 이사장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처음 열린 1996년부터 15년간 집행위원장을 맡으며 이 영화제를 아시아 대표 영화 축제로 끌어올린 주역이다.
지난해 처음 열린 강릉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을 맡아 단 두 달여 만에 영화제를 성공리에 치러낸 그가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두 번째 영화제를 열었다. 국내외 수많은 영화제가 취소되거나 온라인 상영으로 대체하는 가운데 신생 영화제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김 이사장은 “영화제가 이대로 중단되면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에 영화제를 열기로 했다”며 “대신 영화제 기간을 단축하고 상영 편 수를 줄여 예산을 12억~13억원가량 대폭 절감한 뒤 이를 시에 돌려주는 방식으로 고통을 분담하려 했다”고 말했다.
올해 강릉영화제는 지난해 73편에서 25편으로 줄고 행사 기간도 7일에서 3일로 단축됐다. 대부분의 행사를 취소했지만 세계 각국의 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모이는 강릉영화제의 대표 프로그램 ‘강릉포럼’은 예정대로 열렸다. 영화제 네트워크로는 국내 최고인 김 이사장이 있기에 가능했던 자리다.
올해 포럼에선 코로나19 시대 영화제의 미래를 논의했는데 해외 인사들은 미리 촬영한 동영상으로만 참여했다. 김 이사장은 “전 세계 영화제 집행위원장 약 50명을 초청해 그들의 경험을 나누고 토론하는 장소로 만들고 싶었지만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로 강릉영화제를 영화제계의 ‘다보스포럼’으로 키워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문학과 영화의 만남을 주제로 하는 영화제답게 영화인과 문학인이 서점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배롱야담'도 세 차례 열린다. 김 이사장은 “영화인들만 즐기는 영화제보다는 문인들, 무용가들, 음악인들 등 문화계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즐기는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화부 차관과 영화진흥공사 사장 등을 역임하며 오랜 기간 공직에 몸담은 뒤 영화계에 뛰어든 김 이사장은 "영화제는 내게 제2의 삶을 살게 해줬다"면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앞으로 강릉영화제만의 특색을 살리면서 시민과 함께하며 강릉의 문화 관광을 키울 수 있는 영화제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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