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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의사 2,700명 줄면… “지방 병원 인턴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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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의사 2,700명 줄면… “지방 병원 인턴 0명”

입력
2020.11.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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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내년 의료 공백 메울 수 있다"던 복지부?
최근 "의료 공백 상당히 걱정된다" 변화??
의료계 "내년 2, 3월에 실기시험 치르는 것도 방법"

의사 국가시험을 시행하는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관계자들이 출입하고 있다. 뉴시스

의사 국가시험을 시행하는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관계자들이 출입하고 있다. 뉴시스


의사 국가시험(국시) 문제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인 ‘의료 공백’에 대한 정부의 미묘한 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매년 3,000명씩 배출되던 신규 의사(일반의)가 내년 400명으로 급감하지만 보건당국은 그간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해왔다. 하지만 최근 “상당히 걱정된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는 국시 추가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큰 차질 없을 것”이라던 복지부 → “상당히 걱정된다”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앞서 5일 기자들과 만나 “국시에 대한 정부의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보건당국 입장에서는 공중보건의(공보의), 응급실, 필수의료 공백 등 의료수급 문제로 상당히 고민되는 면이 많다”고 말했다. 의료 공백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지금까지 복지부 입장과 다르다. 의대생들이 집단으로 국시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하던 지난 8월부터 복지부는 줄곧 “공보의나 군의관은 필수 배치 분야를 중심으로 조정하고, 정규 의사 인력을 고용하는 등 농어촌 등에 피해가 없도록 준비할 예정”이라며 “큰 차질은 없을 것 같다”는 입장이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국시 문제에 대해 여지를 남겼다. 정 총리는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와 관련해 "추가로 새로운 기회 만들어주는 것에 대해 국민 거부감이 아직 상당한 상태"라면서도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의료인을 양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에 이른 시일 안에 이 문제에 대해 국민들과, 의대생들과도 소통하면서 바람직한 결론 내리라고 주문해 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공보의도, 인턴도 없다... 지방 의사 인력 부족이 가장 심각한 문제

신규 의사가 400명만 배출됐을 때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수도권 외의 지역이다. 신규 의사들은 병원에 인턴으로 취업해 수련을 받거나, 지역 보건소에서 공보의로 일한다. 예년의 경우 신규 의사 3,000여명 중 400~500명은 공보의가 되고, 나머지 2,500여명은 전국 200곳의 수련병원에 인턴으로 취업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신규 배출되는 의사가 400여명에 불과해 공보의와 인턴이 턱없이 부족해지게 된다. 특히 공보의는 농어촌과 섬 등 오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공보의가 없는 보건지소가 생길 수밖에 없게 된다.

또 각 수련병원들이 채용할 수 있는 인턴 정원은 복지부가 정하는데, 200곳 중 규모가 크지 않은 지역의 병원들은 인턴 정원을 배정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정원을 몇 명 배정받는다 해도 의사 대부분이 ‘빅5’(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수도권의 주요 병원에서 수련받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지역 병원들은 인턴 채용이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수도권의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수도권의 큰 종합병원들도 더 큰 병원으로 인턴이 몰려 인턴 채용을 많이 못할까봐 우려하고 있다”며 “지방의 병원들은 아예 인턴을 받지 못해 인력 공백이 훨씬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계 “내년에만 2,3월에 실기시험 치르자"

의료계에서는 내년 1월 국시 필기시험을 시행한 후 2, 3월쯤 실기시험을 치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의사 국시 필기시험은 매년 1월, 실기시험은 9월에 치러지지만 내년에만 예외적으로 상반기에 실기시험을 치르자는 것이다. 의사 국시를 주관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의 다른 시험 일정 상 올해는 국시 실기시험을 치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감안한 대안이다.

의대생들은 지난 9월 시행된 실기시험은 집단 거부했지만 내년 1월 필기시험은 모두 응시한 상태다. 내년 초 실기시험이 시행되고 이에 통과할 경우 상반기에 신규 의사가 배출돼,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제안이다. 수도권의 한 의대 교수는 “수련병원들이 내년 1월에 인턴을 채용할 때 국시 ‘합격 예정자’를 선발한 후 2, 3월에 실기시험 시행해서 합격한 사람을 병원에서 근무하도록 하면 된다"며 "이것이 인력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간 “국민들의 동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불가능 하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이던 복지부가 "의사 인력 부족"을 언급하면서 국시 문제를 둘러싼 의정갈등이 해결될지 주목된다. 다만 복지부는 '바람직한 결론'을 주문한 국무총리에 언제, 어떤 내용으로 응답할지 밝히지 않고 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와 서울시 25개구 의사회 회장단이 국민권익위원회에 국시 추가 시험을 요청하는 민원을 접수한 만큼, 권익위의 의결 내용 등을 종합해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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