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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 감독' 김기동 "나 땐 말이야? 제가 맞춰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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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 감독' 김기동 "나 땐 말이야? 제가 맞춰야죠"

입력
2020.11.06 15:2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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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김기동 감독이 지난달 28일 포항 북구에 위치한 포항스틸러스 클럽하우스 감독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포항=오지혜 기자

포항 김기동 감독이 지난달 28일 포항 북구에 위치한 포항스틸러스 클럽하우스 감독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포항=오지혜 기자

이번 시즌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뒀던 지난달 말, 훈련이 시작된 포항 스틸러스 클럽하우스에선 재잘재잘 대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목표로 하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출전권(ACL) 확보에 리그 3위, 팀 득점 1위를 모두 확정지어서일까 싶지만, 김기동(49) 포항 감독은 "우리 애들은 원래 이렇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운동을 하며 동료는 물론 김 감독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고 김 감독의 짓궂은 농담도 능숙하게 받아쳤다.

포항 김기동 감독. 프로축구연맹 제공

포항 김기동 감독. 프로축구연맹 제공

2년차 프로 감독인 그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대차이가 더 커지고, 변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면서 "'나 땐 말이야' '우리 땐 이랬다'라는 말을 해도 아이들은 이해를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자신의 프로 시절을 기준 삼아 선수들에게 엄격하고 엄숙한 행동을 요구하기 보단, 어린 선수들에게 자신을 맞추려 한다.

그는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그에 맞게 생활도 친밀감 있게 하려 하는 편"이라며 "대신 암묵적으로 정해진 선을 벗어난다거나, 운동장에서 원하는 걸 못 따라올 땐 단호하게 얘기한다"고 했다. 울산을 상대로 올 시즌 마지막 동해안더비에서 4-0으로 대승을 거둔 데도 김 감독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한 몫 했다. 그는 "준비할 시간이 꽤 길었는데 선수들이 많이 풀어져 있어 쓴 소리를 좀 했다"며 "싫은 소릴 자주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그때 선수들이 뭔가 느꼈다고 하더라"고 했다.

포항 송민규(왼쪽)가 5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 2020에서 영플레이어상을 받고 MVP로 선정된 전북 손준호와 함께 트로피에 입을 맞추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포항 송민규(왼쪽)가 5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 2020에서 영플레이어상을 받고 MVP로 선정된 전북 손준호와 함께 트로피에 입을 맞추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마음이 맞으니 성적도 따랐다. 우승 경쟁을 하는 전북, 울산에 비해 스타 플레이어는 턱 없이 부족했지만 27라운드 동안 15승5무7패를 기록, 지난해보다 한 단계 뛰어오른 3위로 시즌을 마쳤다. 득점도 56점으로 K리그1에서 최다 득점을 기록했고, 리그 1위 전북보다 무려 10골이 많다. 또 시즌 초반 주목 받지 못하던 송민규(21)가 가슴에 태극마크를 처음 달고 올 시즌 영플레이어로 선정되게끔 이끈 것도 김 감독이다.

시즌 초반 양 날개였던 김용환과 심상민(이상 27)이 입대하며 위기도 찾아왔지만, 선수들과 합심해 '공격 축구'라는 포항의 방향성을 다시 잡아냈다. 김 감독은 "선수 수급이 어려워 전술을 스리백으로 바꿨고 곧바로 인천에 4-1 대승을 거뒀다"면서 "이때 전술을 두고 고민이 많았는데 선수들과 논의를 거쳐 되든 안 되든 공격적으로 맞받아치는 우리만의 축구를 하자는 결론이 나 포백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와 같은 공로를 인정 받아 지난 5일 올 시즌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3위 이하 팀 감독이 감독상을 받은 건 38년 상이 생겨난 이래 최초다.

포항 김기동 감독이 5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 2020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포항 김기동 감독이 5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 2020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올 시즌 가장 고마운 선수는 최영준(29)이다. 전북 소속인 최영준은 지난 여름 임대로 포항에 와, 올해부턴 주장을 맡고 있다. 김 감독은 "주장을 하라고 했을 때 마다하지 않고 흔쾌히 응해 팀을 잘 이끌어줬다"면서 "말보다 행동으로 하는 선배라 후배들이 잘 따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우리가 데려오고 싶은 선수"라고 욕심을 드러냈다.

'ACL 진출권 확보' '리그 3위'란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는 데에서 올 시즌을 100점 만점에 95점으로 평한 김 감독은 100점 매길 수 있는 내년을 위해 준비에 들어간다. 그는 "ACL 플레이오프 일정을 위해서 12월엔 훈련을 해야 하는데, 선수단이 확정되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선수들을 최대한 지키는 선에서 준비했으면 한다"고 조심스레 바람을 밝혔다.

포항=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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