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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아닌 '1위 감독' 이동욱 "불확실한 게 많은 시즌에 1위, 선수들아 자부심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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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아닌 '1위 감독' 이동욱 "불확실한 게 많은 시즌에 1위, 선수들아 자부심 갖자"

입력
2020.11.06 16:3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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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NC 감독. NC 제공

이동욱 NC 감독. NC 제공

프로야구 NC를 창단 첫 정규시즌 1위로 올려놓고 통합 우승까지 노리는 이동욱(46) 감독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지도자다. 선수로는 1997년 롯데에서 데뷔해 6년간 후보 선수로 143경기만 뛰었고, 2003년부터 시작한 지도자 생활은 상대적으로 부각이 덜 되는 수비 코치를 지냈다. 2018년 10월 NC가 김경문 감독의 후임으로 무명의 이 감독을 발탁하자 모두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 감독에게 ‘무명의 설움’이란 건 없다. 부임 2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고도 자신은 뒤로 빠지고 선수들을 앞으로 내세운다. 사령탑은 자기 할 일만 하고, 스포트라이트는 선수와 팀이 받아야 한다는 게 이 감독의 지론이다. 5일 창원 NC파크에서 만난 이 감독은 “선수, 지도자 생활을 통틀어 정규시즌 1위는 처음”이라며 “솔직히 올해는 너무 불확실한 게 많았다. 휴식기가 없고, 더블헤더에 월요일 경기까지 역대 시즌 중 가장 힘들었지만 선수들이 견뎌내고 1등을 차지했다. 올해 1위는 분명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NC가 이 감독을 선택한 이유는 창단 멤버로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 점과 데이터 활용 능력이다. 하지만 이 감독은 데이터 숫자보다 마음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가려고 한다. 주장 양의지는 이 감독의 리더십을 ‘사랑의 리더십’으로 표현했고, 창단 때부터 수비 코치와 선수로 함께 한 내야수 박민우는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했다.

이동욱 감독. NC 제공

이동욱 감독. NC 제공

이 감독이 선수들을 자식처럼 아끼는 모습은 지난달 30일 대구 삼성전에서 잘 나타났다. 평소 온화한 성격의 이 감독은 이날 6회초에 모창민의 안타 때 2루 주자 나성범이 홈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가 비디오 판독 후 아웃으로 번복되자 이례적으로 흥분했다. 화가 난 이유는 번복된 판정에 구창모의 승률왕, 나성범의 득점왕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당시 경기는 구창모와 나성범의 기록이 걸려 있어 꼭 이기고 싶었다. 6회초에 4-3 역전 득점이 인정됐으면 창모는 이닝과 관계 없이 10승을 채워 승률왕이 될 수 있었고, 성범이도 득점왕이 될 수 있었는데 너무 아쉬웠다”며 “여태껏 고생한 내 선수를 내가 안 챙기면 누가 챙기나”라고 거듭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래도 이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승수를 꾸준히 쌓아 장기레이스를 1위로 마친 것에 크게 만족했다. 그는 “불확실한 게 많은 시즌이라 초반이 중요하다고 봤다”며 “결과적으로 5, 6월을 잘 보낸 부분이 1위 원동력이다. KT를 제외하면 초반에 승률이 좋았던 팀이 그대로 상위권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매직넘버 ‘1’을 지우기가 쉽지 않았다. NC 구단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창단 첫 우승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지만 21일 광주 KIA전은 우천 취소, 23일 대전에선 최하위 한화전에 패했다. 구단주가 ‘직관(직접 관전)’을 하는데 좀처럼 우승을 확정하지 못해 선수단은 애가 탔지만 24일 기어코 안방인 창원 NC파크에서 LG와 3-3 무승부를 거두며 축포를 쏠 수 있었다. 감격적인 첫 우승에 김택진 구단주는 홈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며 눈시울을 붉혔다.

창단 첫 정규시즌 첫 우승을 거둔 NC 선수들이 김택진 구단주를 헹가래 치고 있다. 뉴스1

창단 첫 정규시즌 첫 우승을 거둔 NC 선수들이 김택진 구단주를 헹가래 치고 있다. 뉴스1

이 감독은 “창단 때부터 지내온 순간이 영상으로 흘러나오는데 울컥하실 만 하겠더라. 좋았던 것보다 그 동안 고생했던 게 더 많이 생각난다. 대전이나 광주였다면 우승 후 감정이 덜 올라왔을 텐데, 결과적으로 다 홈에서 우승하라고 미뤄진 게 아닌가 싶다. 좋은 그림으로 우승했다”면서 미소 지었다.

2016년 코치로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다시 한번 대권에 도전하는 이 감독은 “큰 경기는 결국 투수 싸움”이라며 “확실히 투수 쪽은 아래에서 올라오는 팀보다 기다리고 있는 팀의 힘이 좋다. 그런 점에서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갔던 4년 전보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힘을 비축한 올해가 더 기대된다”고 자신했다.

창원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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