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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올리기로 한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을 두고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일각에선 정부의 대만 공시가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 비율) 왜곡 인용을 문제 삼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10월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공청회’에서 대만 공시가 현실화율도 90%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지에서 현실화율 90% 공시가를 적용하는 건 양도소득세에 적용하는 ‘공고현가’이며, 보유세 등엔 현실화율 20% 이하인 ‘공고지가’를 쓰는 것으로 드러났다.
▦ 공시가격 현실화 반대측에서는 대만 공시가 왜곡 인용을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현 정부의 고질이 재발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그 동안 부동산 공시가에 대해 선도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번 현실화 방안도 크게 미흡하다는 평가다. 특히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아예 따로 공시가를 둘 것 없이 시세를 그대로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폈다.
▦ 경실련의 공시가 불신은 정부의 시세 반영률부터 잘못돼 있다는 시각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현재 공시가 현실화율을 토지 65.5%, 단독주택 53.6%, 공동주택 69.0%로 평가한다. 하지만 경실련은 정부 평가 현실화율 자체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공시지가로 평가되는 토지의 경우, 실제론 33~35%에 불과해 정부 평가보다 현실화율이 30% 포인트 이상 낮다고 본다. 그 경우 90%까지 올린다 해도 실제 현실화율은 그보다 훨씬 낮아질 게 뻔하다는 얘기다.
▦ 부동산 공시가 현실화는 기본적으로 보유 부동산 자산에 맞춰 공정한 세금을 내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현행 공시가 제도는 공동주택은 ‘공시가격’으로 평가하는 반면, 기업이나 자산가들이 많이 소유하는 상가업무빌딩은 ‘공시지가’만으로 평가함으로써 시세와 크게 괴리된 공시가가 매겨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다. 결국 이런 불신을 해소하려면 공시가격 현실화 추진 외에,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율 평가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시지가 문제도 진지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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