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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로 치르는 선거가 학습 기회라는 여가부 장관

입력
2020.11.06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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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두 광역단체장의 성폭력 사건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를 두고 “성인지 학습 기회”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장관은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전체회의에서 “서울ㆍ부산 시장 보선에 드는 세금 838억원이 성인지 관점에서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질의에 “굉장히 큰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으로 국민 전체가 성인지성을 집단 학습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질문을 한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황당해하며 “학습비라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그는 한술 더 떠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를 위해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력형 성범죄를 바라보는 왜곡된 인식에 참으로 아연하다.

이 장관의 답변대로라면,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나 다를 바 없다. 피해 여성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2차 가해’다. 심지어 그 같은 발언이 여성의 권익 증진과 성폭력 피해자 보호에 앞장서야 할 주무부처 수장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피해자들은 ‘미투’ 이후에도 가해자의 지위와 그를 둘러싼 권력과 인맥, 사회의 무차별적인 ‘N차 가해’와 힘겹게 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무공천 당헌’까지 뒤집고 두 선거에 모두 후보를 내겠다며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장관의 답변이 혹여 그런 여당을 의식한 것이라면 세간의 비웃음처럼 부처 이름을 ‘여당가족부’로 바꾸는 게 낫다.

이 장관이 성평등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쏟아진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성인지 감수성을 학습해야 할 건 누구도 아닌 장관이다. 그보다 먼저 이런 수준의 인식을 가진 이가 여성 인권을 위한 부서를 책임지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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