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어요. 이제 시작입니다.”
지난달 27일 국내 첫 스포츠 선수 노동조합으로 ‘법적 인정’을 받은 한국경륜선수노조의 이경태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생계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기본급 마련, 기준도 알 수 없는 무분별한 제재에 대해 적극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경륜선수노조는 지난 3월 30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으로부 노조설립필증을 받았다. 설립 신고 206일 만이었다.
지난 2월부터 신종 코로나 사태로 전면 중단된 뒤 최근 경기가 재개되기 전까지 경륜선수들이 본업인 선수생활로 번 돈은 230만원이 전부다. 두 차례 열린 무관중 시범경기에 참가해 겨우 수입 ‘0원’은 면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선수들은 퀵 배달, 택배배송 등 ‘투 잡’을 뛰었다. 그러다 무릎과 발목을 다쳐 떠밀리듯 은퇴한 선수까지 나왔다.
설립필증이 나온 다음날 경기 광명 스피돔에서 만난 이 위원장은 “다치거나 경기가 중단되면 시합 복귀 전까지 선수들은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생계를 꾸려나가야 한다”며 “최소한의 생계비를 보장한다면 선수들이 불의의 사고로 조기 은퇴하는 일을 막고, 경륜산업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540명 안팎의 경륜선수들은 시합에 나가야 출전상금ㆍ출전준비상금ㆍ안전상금 등으로 이뤄진 기본상금(115만원)과 등수에 따라 차액 지급 받는 착순상금을 받는다. 선수들이 1년에 뛰는 경기 수는 평균 18회다.
그가 주장하는 최소한의 생계비 보장 방안은 ‘기본상금의 월급화’다. 이 위원장은 “상금은 예산이 잡혀있기 때문에 기본상금을 경기 출전 여부와 상관없이 월급 형식으로 나눠줄 수 있다”며 “다친 선수가 생계 때문에 몸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채 돌아오고, 그로 인해 2차 사고가 발생하는 등 여러 안전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5년 선수생활을 한 그도 부상으로 21개월 만에 복귀한 적이 있다.
이 위원장은 “경륜 산업을 관장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불합리한 규칙이나 불공정한 제재도 바꿔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과실을 저질러도 '말'을 잘 타는 선수에게 수위 낮은 처벌을 내려왔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그는 “경기 출전 횟수를 차감해 생계권을 박탈하는 출전정지 징계 대신, 훈련원에서 교육받고 복귀한 뒤 예정된 경기를 모두 뛸 수 있도록 처벌 기조를 바꿔나가는 것도 노조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은 기본상금과 착순상금을 포함해 1회 출전 시 200만~800만원을 받는다.
선수들의 인권 향상도 남은 숙제다. 앞서 2019년 경륜선수 24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경륜선수 인권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선수들의 88.6%가 제재심의 기준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숙소 생활에선 69.4%가 불만을 표했다. 당시 선수들은 탈의실에 폐쇄회로(CC)TV 설치, 공단직원이 선수들에게 관등성명 요구, 구내식당에서 같은 식사하는데도 식비 차별(공단 직원 4,000원ㆍ선수 1만1,000원), 숙소동 생활시 의무적인 아침식사 등을 인권침해 행위로 꼽았다.
이 위원장은 “앞으로 더 힘든 일이 있겠지만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며 “산업재해보험 적용을 받기 전까지 그에 준하는 보전을 공단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수고용직에 속하는 경륜선수는 현재 산재보험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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