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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코로나 대책 챙기고 온건중도층 잡아 승리 눈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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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코로나 대책 챙기고 온건중도층 잡아 승리 눈 앞

입력
2020.11.05 19:30
수정
2020.11.05 22: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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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트럼프와 상극인 온건중도 정치인
무당파·중도층·젊은세대 투표 참여 이끌어
트럼프 막말과 혐오·분열정치에 반감 폭발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4일 델라웨어주 윌밍턴 선거캠프에서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거 결과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윌밍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4일 델라웨어주 윌밍턴 선거캠프에서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거 결과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윌밍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는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에게 역전 참패를 당했던 민주당이 절치부심 끝에 내세운 '맞춤형 천적' 카드였다. 백인노동자·흑인·중도층에 두루 통하는 온건중도 성향은 그의 최대 장점이다. 38년간의 상원의원 경력,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부통령 8년 등 풍부한 국정 경험도 큰 자산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과학·안전·단합'을 앞세운 메시지 전략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 아이오와 코커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초반 바이든 후보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70대 백인남성'이라 대중 흡인력은 떨어지고 정치인으로서의 참신함도 부족하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누를 유일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 덕분에 당 대선후보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 6월 미 CNN방송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 지지자의 60%는 "트럼프의 재선을 막기 위해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바이든 후보 자체를 지지해서라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을 꺾기 위해 선택한 카드라는 의미였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으로 대표되는 민주당 진보그룹을 포용할 역량을 갖춘 거의 유일한 후보도 그였다. 반(反)트럼프 진영이 총결집해 밀어준 대표가 바이든 후보였던 셈이다.

버락 오바마 (왼쪽)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미시간주 플린트에서 진행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의 공동유세에서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플린트=AP 뉴시스

버락 오바마 (왼쪽)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미시간주 플린트에서 진행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의 공동유세에서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플린트=AP 뉴시스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함께 일하면서 흑인 유권자의 절대적 지지를 확보했다. 여기에 더해 자마이카계 부친과 인도계 모친을 둔 여성 법조인 출신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 러닝메이트로 끌어안았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한 에디슨리서치의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흑인(87% 대 12%)과 여성(56% 대 43%) 유권자층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격차를 현격하게 벌렸다.

코로나19 상황은 미국인에겐 비극이었지만 바이든 후보에게는 결정적 기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확산 초기에 코로나19를 독감 정도로 과소평가하며 사망자 급증을 방치했을 때 바이든 후보는 달랐다. 그는 '코로나19 대응 및 미래 글로벌 보건 위험 대비에 관한 계획'을 발표하며 발빠르게 움직였다. 광범위한 무료검사, 마스크 착용,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침 준수 등을 내세우며 트럼프 대통령의 실책을 공략했다. 여기에 지난달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린 게 결정적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미국의 경기침체 역시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했다. 출구조사에서 유권자 35%가 대선의 최대 이슈로 경제를 꼽았을 정도다. 1월만 해도 50년만의 최저 실업률, 사상 최고치 주가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자신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 등으로 2분기 경제성장률은 무려 -32.9%나 폭락했다. 연율이라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수치였다. 경제와 일자리에서 강세를 보이며 이를 재선의 발판으로 삼아온 트럼프 대통령에겐 치명타였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맞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AFP 연합뉴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맞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AFP 연합뉴스

이번 대선에서 승패를 가른 핵심 요인 중 하나는 바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과 실망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지지층인 백인남성 유권자 결집을 위해 인종ㆍ여성차별 발언을 일삼았다. 고령인 바이든 후보를 향해 '졸린 조(sleepy Joe)'라고 비꼬았고, 사람을 가리지 않고 막말을 퍼부었다. 평소 말실수가 잦던 바이든 후보는 유세 기간 실수를 줄임으로써, 또 1차 TV토론 때는 트럼프 대통령 못잖은 거친 발언과 토론능력으로 점수를 챙겼다. 점잖고 친화력 있는 정치인인 바이든 후보는 '워싱턴의 아웃사이더'를 자처한 트럼프 대통령과 자신을 대비시키는 전략을 통해 시종일관 지지율 우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바이든 후보의 매력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은 승부를 결정지을 새로운 유권자를 대선 판에 끌어들였다. 2016년 대선 당시 투표율은 60.1%였지만 이번엔 120년 만에 최고치인 66.8%까지 올랐다. 4년 전에 투표하지 않았다가 올해 참여한 유권자 11%를 대상으로 한 출구조사에선 바이든 후보 지지자(61%)가 트럼프 대통령 측(37%)을 압도했다. 18~29세 유권자층에서도 그 격차가 62% 대 35%였다. 정치적 중도층으로 분류되는 무당파 유권자층에서도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에 14%포인트 앞섰다.

이는 정치 무관심층이나 젊은세대, 중도층이 바이든 후보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높여줬다는 평가를 가능케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극우 성향 지지층을 의식하고 '사회주의자' 공세로 이념 대결에 몰두한 것이 플로리다주 등 남부지역 히스패닉 유권자를 지키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전국적으로는 마이너스가 됐다는 얘기다.

이런 요소들이 모두 작용한 결과 바이든 후보는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빼앗겼던 미시간ㆍ위스콘신 등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 경합주(州)를 되찾아올 수 있었다. 여기에 젊은 유권자가 늘어난 애리조나에서도 승기를 잡아 대세를 굳혀 갔다. 이렇게 확보한 37명의 선거인단이 승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됐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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