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진영 경합주 부정선거 소송 제기
사법부 판단 서둘러 더이상 혼란 막아야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가 사흘째 계속되지만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승패가 확정되지 않는 혼돈이 이어지고 있다. 개표 전반 트럼프 우세 판세는 승패를 가를 경합주 막바지 개표에서 바이든 유리 쪽으로 기울고 있다. 여론조사 예측과 달리 남부 플로리다에서는 트럼프가 일찌감치 승리했지만 '러스트 벨트'로 불리는 북동부 오대호 주변에서는 예상대로 바이든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 최종 결과는 뒤늦게 도착하는 우편투표까지 집계해야 나오지만 바이든 대세가 바뀌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경합주 초반 개표에서 앞서는 듯 보였던 트럼프가 우편투표함이 열리면서 판세가 역전된 데 불만을 품고 일제히 개표 중단이나 재검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서는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이다. 2000년 대선에서 어느 쪽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마지막 승패를 가를 플로리다 개표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였던 공화당 조지 W 부시와 민주당 앨 고어 대결을 떠올리게 된다. 당시 재검표 시비는 연방대법원이 부시에 유리한 결정을 내릴 때까지 한 달 정도 지속됐다.
이번 트럼프 소송은 여러 주에 걸쳐 있어 파장은 더 크고 길어질 수 있다. 다만 고어 후보가 재검표를 요구할 때보다 표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사태가 조기에 수습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이 과정에서 공화·민주 지지자들의 극한 대립은 주어진 선거제도와 절차를 존중하며 그에 승복하는 역대 미국 대선과 민주주의 전통을 훼손하는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 극렬 트럼프 지지층의 장기 시위나 폭력 행위는 그러지 않아도 분열과 갈등이 심한 미국 사회의 골을 더 깊게 할 수 있어 안타깝다.
트럼프 집권 4년을 돌이키며 포퓰리즘 정치가 민주주의 가치에 상처를 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소련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각국의 공산화, 나치즘이 대변하는 2차 대전까지 전체주의 물결은 멈췄지만 20세기 후반 이후 등장한 대중영합 정치가 합법의 틀을 타고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화당 투표 참관인에게 개표 과정을 숨기고 있다"는 등 트럼프 진영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한 판단은 이제 미국 사법부로 넘어갔다. 한 달 남은 선거인단 확정 전까지 법적 판단을 확정해 더는 혼란이 길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미국을 위해서나, 이번 대선을 주시하는 세계를 위해서나 현명한 일이다. 재검표를 완료했더라면 이겼을지 모를 앨 고어가 사법부 최종 판단 앞에서 "동의할 수 없지만 승복하겠다"고 했던 전례를 트럼프가 교훈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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