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기업승계 위한 총 세액 OECD 주요국 비교
"최대주주할증평가 20%, 기업엔 사망선고"
상속세 지지 측은 "편법 증여 감안하면 합당한 책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와 함께 18조2,000억원 상당의 이 회장 보유 주식과 맞물린 상속세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정해진 국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일가가 납부해야 상속세는 약 11조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 국내 상속세는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사례에 비해 과중하단 조사결과가 나왔다.
5일 한국경제연구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의 기업승계 시 실제 상속세 부담액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미국보단 46%, 캐나다에 비해선 253%까지 높았다.
먼저 상속세를 과세하는 국가들인 미국, 일본, 독일, 영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과세대상부터 할증이 된다. 한국은 기업승계 시 주식가치에 최대주주할증평가 20%를 적용해 실제 18조2,000억원의 주식 가치 보다 높은 21조8,000억원에 대해 과세가 이뤄진다. 여기에 공제금액과 적용세율을 계산해보면 한국의 실효세율은 58.2%로 10조5,905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일본이 10조96억원으로 한국의 바로 뒤를 이었고, 영국이 3조6,399억원으로 가장 낮았다. 미국은 7조2,747억원, 독일은 5조4592억원을 납부해야 했다. 상속세 대신 자본이득세를 과세하는 캐나다의 경우는 실효세율 16.5%가 적용돼 3조30억원으로 조사됐다. 한국이 캐나다보다 총 세액이 3.5배 이상 높은 셈이다. 이와 관련해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징벌적 상속세가 기업에게 사망선고처럼 과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승계를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한경연에 따르면 2008년 세계 1위 손톱깎이 생산업체였던 쓰리세븐은 상속세로 인해 지분 전량을 매각한 후 적자기업으로 전락했다. 2017년 세계 1위 콘돔 생산업체였던 유니더스 역시 상속세 때문에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겼다. 국내 1위 밀폐용기 제조업체인 락앤락은 2017년말 상속세 부담을 고려해 홍콩계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기업승계가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업의 존속 및 일자리 유지를 통해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임 부연구위원은 "중소·중견기업의 활성화 및 대기업으로의 성장이라는 선순환을 위해 우선 현재 50%인 상속세율을 OECD 회원국 평균인 25%까지 인하하고, 장기적으로 상속세 대신 자본이득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업승계에 대한 징벌적 상속세가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순기능으로 작용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재벌개혁본부 팀장은 "징벌적 상속세라는 표현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가혹하거나 징벌적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어 "삼성을 비롯해 많은 재벌 기업들이 경영 승계를 위한 증여 과정에서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세금을 탈루해 왔기 때문에 상속세를 통해 법이 규정하고 있는 경영 승계에 합당한 경제적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지만, 상속세가 아닌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 피해를 구제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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