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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스미스, 英 애비로드스튜디오를 보랏빛 게이 바로 바꿔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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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스미스, 英 애비로드스튜디오를 보랏빛 게이 바로 바꿔놓다

입력
2020.11.05 11:00
수정
2020.11.05 11: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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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영국 런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공연하는 샘 스미스. 유니버설뮤직 제공

지난달 영국 런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공연하는 샘 스미스. 유니버설뮤직 제공


“우린 지금 애비 로드 스튜디오를 게이 바로 바꿔놓을 겁니다.”

가벼운 댄스 리듬과 함께 화면이 보랏빛으로 물들자 샘 스미스는 관능적인 몸짓으로 춤을 추며 이렇게 선언했다. 밴드 멤버들이 연주한 곡은 2년 전 스미스가 DJ 겸 프로듀서 캘빈 해리스와 발표했던 ‘프로미시스(Promises)’. ‘어떤 약속도 하진 않겠지만 / 오늘밤 네게 모든 걸 줄 거야’라며 직설적으로 사랑을 노래하는 곡이다. 성정체성 때문에 겪어야 했던 지독한 고통과의 작별을 자축하는 파티인 걸까. 스미스는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워 보였다.

지난달 30일 세 번째 앨범 ‘러브 고스(Love Goes)’를 발표한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샘 스미스는 새 노래로 팬들과 직접 만날 수 없는 아쉬움을 온라인 공연으로 달랬다. 전 세계 곳곳을 다니며 대형 무대에 서는 대신 스튜디오 공연을 온라인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는 "저를 지지해주는 분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상황에선 라이브 스트리밍이 가장 가깝게 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가 공연을 연 곳은 영국 런던의 애비로드 스튜디오.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를 비롯해 여러 유명 음악인들이 앨범 녹음을 위해 거쳐갔던 곳이다. “가족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오랜 기간 함께 공연했다”는 밴드와 함께한 스미스는 “언젠가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노래하는 걸 꿈꿨는데 완벽하게 꿈이 이뤄졌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차를 마시거나 와인을 마시며 편하게 봐달라”면서 “지난 6, 7개월은 우리 모두에게 무척 어렵고 혼란스런 시간이었는데 엄청난 여정을 거쳐 만든 새 앨범의 노래들을 들려줄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고도 했다.

이날 공연은 30일 저녁(현지시간)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먼저 스트리밍됐고 시차를 고려해 한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는 31일 오후에 공개됐다. 주최 측은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인지 사전에 촬영, 편집한 영상을 내보내는 것인지 밝히지 않았다.


지난달 영국 런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공연하는 샘 스미스. 유니버설뮤직 제공

지난달 영국 런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공연하는 샘 스미스. 유니버설뮤직 제공

스미스는 달빛 같은 조명 앞에서 새 앨범의 첫 곡 ‘영(Young)’을 부르며 이날 공연을 시작했다. 차분하고 조용하게 시작해 강인한 후렴구로 이어지는 이 곡은 스미스가 펼쳐 보일 감성 드라마의 포문을 열기에 적절했다. 공연 중간에는 스미스의 내레이션과 함께 2주 전 스튜디오에서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두 번째 곡 ‘다이아몬즈(Diamonds)’부터 ‘댄싱 위드 어 스트레인저(Dancing With a Stranger)’, ‘프로미시스’까지 댄스 곡을 연달아 선보였다. 새 앨범 수록곡인 ‘댄싱 위드 어 스트레인저’에 대해 그는 “내 자아가 퀴어(이성애자가 아니거나 통상적인 성 분류를 따르지 않는 성소수자)가 될 수 있도록 허락해준 곡”이라고 소개하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지난해 자신이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인 ‘넌바이너리’라고 커밍아웃 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스미스는 이어 2집 ‘더 스릴 오브 잇 올(The Thrill of It All)’ 수록곡 ‘투 굿 앳 굿바이스(Too Good at Goodbyes)’, 데뷔 앨범 수록곡 ‘레이 미 다운(Lay Me Down)’과 신곡 ‘마이 오아시스(My Oasis)’를 부른 뒤 신디 로퍼의 히트곡 ‘타임 애프터 타임(Time After Time)’을 자신만의 솔(Soul) 감성으로 재해석했다. 영국 싱어송라이터 라브린스와 함께 부른 ‘러브 고스’는 부드러운 솔 발라드로 시작해 밴드 연주와 코러스가 서서히 타오르며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새 앨범을 알리는 자리인 만큼 스미스는 13곡 중 7곡을 신곡으로 채웠다. 그는 “내 모든 앨범은 일기와 같다”며 “새 앨범은 지난 2년간 얻은 사랑의 교훈이자 내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온 것에 대한 축하이며 나 자신을 발견한 순간들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의 마지막은 데뷔 앨범 수록곡이자 자신의 대표곡인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로 장식했다. 첫 곡 때처럼 동그란 조명이 보름달처럼 스미스를 비췄다. 클로즈업으로 얼굴을 채운 화면은 스미스가 관객 바로 앞에서 노래하는 듯 가까이 느끼도록 도왔다. 스미스는 차분하게 깔리는 현악 연주에 맞춰 '내 옆에 머물러 주지 않을래 / 내가 필요한 건 너뿐이니까'라고 호소하며 70여분의 공연을 마쳤다.

지난달 영국 런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공연하는 샘 스미스. 유니버설뮤직 제공

지난달 영국 런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공연하는 샘 스미스. 유니버설뮤직 제공


공연을 마친 뒤 팬들의 질문을 토대로 마련된 인터뷰에서 그는 새 앨범을 듣는 사람들이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용기는 불편한 감정입니다. 새로운 것에 발을 내딛는 건 편치 않은 일이니까요. 저 역시 여기까지 오는 데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이 앨범이 다른 사람들에게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자극을 줬으면 합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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