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세계 최대 앤트그룹 IPO 무산 배경엔… "금융과 기술 '패권 충돌' 있었다"

알림

세계 최대 앤트그룹 IPO 무산 배경엔… "금융과 기술 '패권 충돌' 있었다"

입력
2020.11.05 04:30
19면
0 0
마윈 전 알리바바그룹 회장. AFP 연합뉴스

마윈 전 알리바바그룹 회장. AFP 연합뉴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창업자가 야심차게 준비하던 금융기술(핀테크) 기업 앤트그룹의 홍콩ㆍ상하이 증시 상장이 불과 이틀을 앞두고 무기한 연기됐다. 지난주 진행된 공모에서 340억달러(약 39조원)가 몰리면서 역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가 확정된 상황이었다.

명확한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 안팎에서는 앤트그룹이 기존 금융업과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당국의 더 강력한 규제를 받게 되면서 상장이 중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도 기존 금융권과 정보기술 기업 사이의 알력이 가시화한 셈이다.

말 몇마디에 3조원 날린 마윈

앤트그룹의 IPO가 중단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 주가는 8% 이상 급락했고, 4일 홍콩 증시에서도 9% 이상 떨어졌다. 알리바바는 앤트그룹의 지분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다.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 역시 앤트그룹 지분 8.8%를 보유하고 있어, 상장에 성공하면 블룸버그 집계 세계 억만장자 순위 11위까지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은 마 전 회장이 4.2%를 보유 중인 알리바바 주가가 폭락하면서 오히려 약 28억4,000만달러(약 3조2,4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안팎에서는 이번 IPO 중단 조치가 중국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마 전 회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과 은행 등을 비판한 최근 연설이 공산당 상층부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대출 확대를 경계하는 중국 금융당국이 기존 금융권의 입장을 반영해 핀테크를 본격 규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마 전 회장의 '문제 발언'은 10월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핀테크 관련 포럼 ‘번드서밋’에서 나왔다. 마 전 회장은 이 행사에서 "세계 금융 규제가 지나치게 위험 관리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자본건전성을 중시하는 '바젤 협약'을 "늙은이 모임"이라고 규정하고, '젊은' 중국 경제에는 더 많은 투자와 대출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대출을 주저하는 기존 은행을 향해서는 "전당포 영업을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대표 기술기업, 금융 규제 표적되나

실제 앤트그룹은 중국 내 10억명 이상 사용자를 거느린 애플리케이션 알리페이를 통해 '기성 금융시스템에서 소외된' 개인과 중소기업 등을 상대로 소액대출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계열사로 인터넷은행 마이뱅크가 중소기업 대출을 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중개 수수료를 받을 뿐, 자신들은 금융회사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금융당국은 앤트그룹 같은 인터넷 중계 플랫폼이 진행하는 소액대출 총액의 최소 30%를 직접 조달하도록 하는 규제 초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간 앤트그룹은 소액대출의 2%만 자사 자산으로 평가하고, 나머지는 은행에 넘겨 왔다.

이 때문에 앤트그룹이 기존 금융사에 적용되는 건전성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은행을 비롯한 중국 금융기관들은 당국 규제에서 비껴나 있는 신규 기술기업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호소해 왔다. 중국 내 2인자로 불리는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은 마 전 회장의 발언이 있던 바로 그 행사에서 "혁신과 규제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천즈우(陳志武) 홍콩대 아시아글로벌연구소장은 "마윈이 너무 많은 적을 만들었다"며 "앤트와 같은 금융 관련 사기업들이 덩치가 커지면서 규제 체계 안으로 편입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현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