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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선 쌤, 이제 은혜를 어떻게 갚나요" 누리꾼 울린 고학생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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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선 쌤, 이제 은혜를 어떻게 갚나요" 누리꾼 울린 고학생 사연

입력
2020.11.04 17:30
수정
2020.11.05 09:27
0 0

8년 전부터 급식비 등 지원 받은 대학생
"그 한 마디, 사랑 없었다면..." 사연 뭉클

개그우먼 고(故) 박지선을 향한 추모가 사흘 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개그우먼 고(故) 박지선을 향한 추모가 사흘 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이제 저는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하나요."

최근 세상을 떠난 개그우먼 고(故) 박지선에게 8년 전 중학생 시절부터 급식비 등 학비를 지원받았다는 대학생이 등장해 다시 한 번 그를 그리워하는 누리꾼들의 눈시울을 붉어지게 했다.

자신을 대학교 3학년 학생이라 소개한 글쓴이는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제 다시 못 보는 박지선 쌤께 너무 보고싶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어디에 글을 올려야 사람들에게 알려질까 고민하다 많은 분들이 보실 거라 믿어 여기에 올린다"고 운을 뗐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였던 8년 전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졌고, 어머니는 아버지 간호에 매진하느라 부모님이 일을 못하게 되면서 남동생 2명과 기초수급자 가정에서 자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들을 챙기고 집안일을 하느라 공부는커녕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 했다고 털어놨다.

글쓴이는 "친구들조차 저를 멀리했고 담임 선생님은 부모님 욕을 하고 '못 배운 게 티가 난다', '이래서 가정환경이 중요하다'라며 저를 없는 학생으로 생각했다"며 "힘들어서 학교를 잘 안 나가기 시작했는데 그때쯤 국어선생님께서 개인적으로 연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업시간마다 졸아 매번 교무실 가서 혼나는 모습을 (국어 선생님이) 쳐다보는데 그때의 제 얼굴에 '저 한 번만 봐주세요, 저 진짜 힘들어요. 잘하고 있는 거라고 말해주세요'라고 써 있었다고 한다"며 "이 말씀을 하면서 안아주시는데 담임 선생님 때문에 모든 선생님들을 싫어했던 제게 마음의 문을 열게 해 준 선생님이셨다"고 회상했다.

글쓴이는 이 국어 선생님을 통해 박지선과 인연이 닿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면담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그때 개그우먼 박지선 쌤과 고려대 과동기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학교 급식비조차 낼 수 없던 환경에서 급식비 뿐만 아니라 문제집 사는 비용까지 충당해주셨던 국어 선생님은 저에게 천사나 다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어 선생님은 결혼 준비 중이셨고 엄청 재력이 좋다거나 계속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였어서 부담을 느낀 저는 쌤께 '지원은 이제 됐다, 저 혼자 공부하겠다'고 몇번이나 말씀드렸다"며 "이런 제 얘기가 박지선 쌤 귀에 들어가게 됐고, 박지선 쌤은 얼굴도 모르는 저를 뒤에서 지원해주겠다고 했다"고 떠올렸다.

"학생은 공부하는 게 본분, 누구나 꿈 꿀 수 있다" 박지선이 남긴 말

개그우먼 고(故) 박지선 씨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고 경찰 관계자가 밝혔다. 연합뉴스

개그우먼 고(故) 박지선 씨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고 경찰 관계자가 밝혔다. 연합뉴스

글쓴이는 박지선의 지원 의사를 수차례 거절했다고 한다. 그런 그의 거절에 박지선의 답변은 '학생이라면 공부를 하는 게 본분이며 어느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는 게 사람이다'라는 따뜻한 말이었다. 글쓴이는 "박지선 쌤은 제가 사람으로서 살아갈 이유를 깨닫게 해주셨고,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란 걸 깨우쳐주셨다"고 했다.

그는 "좋은 대학에 입학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직장을 얻고 제게 꿈을 가져다주신 두 선생님께 꼭 보답하리라고 다짐했다"며 "은혜를 갚을 날만 기다리는 와중 국어 선생님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장례식장에서 박지선 쌤은 저보다 힘드셨을텐데도 제 손을 꼭 잡아주며 자기가 있지 않냐고 울지 말라고 안아주고 위로해주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게 옳은 길을 알려주신 두분 모두 저 하늘에 가셨다는데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부모님도 하늘로 가셨는데 누구를 바라보며 살아야 하나"라고 토로했다. 또 "8년 전 그 한 마디, 그 사랑이 아니었으면 저는 이 자리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글쓴이는 "호칭을 뭐라고 할지 몰라 그냥 '국어 선생님의 친구시니까 똑같이 쌤이라고 부를까요' 이 한 마디에 밝게 웃으시며 그러라고 하시던 모습, 한 때 선생님이라는 목표가 있어 제가 쌤이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시던 그 모습이 너무 아른거린다"며 "박지선 쌤이 좋은 분이라는 걸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올린다"고 취지를 밝혔다.

아울러 "중학생 때 제 집 앞에서 반찬을 싸들고 환하게 웃고 계시던 두 선생님의 얼굴이 너무 선한데 저는 어떡하나, 따라가면 저 혼내실 거 아는데 너무 힘들고 보고싶다"며 "힘들 때 누구보다 힘이 돼 주셨던 친구이자 인생선배였던 선생님께 왜 나는 힘이 돼 주지 못했는지, 받기만 하고 돌려주지 못하는 내가 너무 밉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신은 왜 좋은 사람만 먼저 골라서 데리고 가나"(날****), "가슴이 아파서 찢어질 것 같다"(36****),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하****), "글쓴이를 도와주신 두분을 위해서라도 부디 꿋꿋이 살아가달라"(후****), "박지선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이에게 웃음과 행복과 희망을 준 사람이었는지 다시금 느끼게 되는 글"(벼****) 등의 의견을 남겼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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