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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승부 무게추, 바이든에 기우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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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승부 무게추, 바이든에 기우는 듯

입력
2020.11.04 16:23
수정
2020.11.05 01: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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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잡은 트럼프 vs 애리조나 앞선 바이든
미국 대선 초박빙 접전... 승부 확정에 시간 걸릴 듯
트럼프, 남부·중서부 텃밭 챙기고 러스트벨트 선전
바이든, 서부·동북부 아성 지켰지만 경합주서 고전
승리 선언 경쟁... 트럼프 "대법원에 개표 소송" 거론

미국 대선일인 3일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시민들이 개표 현황을 보여주는 전광판을 지켜보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미국 대선일인 3일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시민들이 개표 현황을 보여주는 전광판을 지켜보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샤이 트럼프'의 저력은 무서웠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낙승이 예상됐던 2020년 미국 대선이 4일(현지시간) 오전까지도 승자를 확정하지 못하는 접전으로 흘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텃밭인 남부와 중서부를 지킨 데 이어 핵심 경합주(州)인 플로리다를 잡으며 선전했다. 바이든 후보는 동북부와 서부에서 앞섰으나 펜실베이니아ㆍ미시간ㆍ위스콘신 등 '러스트벨트(쇠락한 중북부 공업지대)' 핵심 주에서 초반 승기를 잡지 못하면서 고전했다.

펜실베이니아 승부가 초접전으로 흐를 경우 이 곳 우편투표 접수가 마감되는 6일 이후에나 선거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다만 바이든 후보가 미시간ㆍ위스콘신에서 역전에 성공하는 흐름이어서 선거인단 270명 확보로 승리할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

접전 끝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공화ㆍ민주 양당과 지지자 간 대립은 격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바이든 후보는 "끝까지 개표하겠다"며 승리를 장담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선거를 훔쳐가려 한다"며 연방대법원행을 예고했다. 선거 결과 불복 소송과 지지자 간 무장 충돌 등 대혼란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이유다. 전 세계가 미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개탄하고 있다.

미국 뉴욕 시민들이 4일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대선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미국 뉴욕 시민들이 4일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대선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3일 오후 6시 중동부 인디애나ㆍ켄터키주부터 투표가 마감되면서 곧바로 개표 결과가 집계되기 시작했다. 미국 대선에선 538명의 선거인단 중 270명 이상을 확보하면 승리한다. 승자가 자주 엇갈리는 10여개 주를 제외한 30여개 주는 각각 공화ㆍ민주 양당의 아성으로 갈린다. 예상대로 개표 초반 동북부 뉴욕ㆍ뉴저지ㆍ버몬트 등은 바이든 후보가 일찌감치부터 승기를 잡은 반면 인디애나ㆍ아칸소 등 중부 지역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앞섰다.

첫 승부처는 오후 8시 투표가 마감된 플로리다였다. 선거인단 29명이 걸린 플로리다를 바이든 후보가 차지하면 대통령으로 가는 길이 90% 이상 열리는 요충지였다. 하지만 주내 최대 선거구인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에서 격차를 벌리지 못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플로리다를 넘겨줬다. 4일 오전 8시(미국 동부시간 기준·한국시간 4일 오후 10시) 현재 개표가 96% 집계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51.2%를 득표함으로써 바이든 후보(47.8%)를 3.4%포인트 차이로 여유 있게 눌렀다.

바이든 후보는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던 '선벨트(일조량이 많은 남부 지역)' 애리조나(선거인단 11명)에서 앞서가면서 반격의 전기를 마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 텃밭이지만 올해 격전지로 부상했던 남부 텍사스 수성에 결국 성공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시종일관 앞서는 듯했던 조지아에선 두 후보가 막판까지 피말리는 접전을 벌였다. 캘리포니아ㆍ오리건ㆍ워싱턴 등 서부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아이다호ㆍ오클라호마 등 중서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각각 예상대로 낙승했다.

이렇게 해서 4일 오전 10시 현재 확보한 선거인단은 바이든 후보가 227명, 트럼프 대통령이 213명(미 뉴욕타임스 집계 기준)이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4일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사실상의 대선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질 바이든 여사. 윌밍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4일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사실상의 대선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질 바이든 여사. 윌밍턴=AFP 연합뉴스

남은 경합주 가운데 최대 승부처는 러스트벨트의 펜실베이니아(20명)ㆍ미시간(16명)ㆍ위스콘신(10명)이다. 초반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3곳 모두에서 상당한 격차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위스콘신에선 바이든 후보가 줄곧 격차를 줄여나가다 90% 가까이 개표됐을 때부터 전세를 역전했다. 미시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전개됐다. 이에 비해 펜실베이니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78% 개표 상황까지 54만표(9.7%포인트) 가량 앞섰지만, 남은 현장투표가 여전히 많고 6일 도착하는 우편투표까지 집계에 포함되는 만큼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태다.

바이든 후보가 다소 여유있게 앞설 것이란 예상과 달라진 이유로는 대도시와 교외지역 개표율이 농촌지역에 비해 저조한 점이 꼽혔다. 바이든 후보 지지세가 강한 이들 지역에서 사전투표(조기 현장투표와 우편투표) 집계가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개표가 최종 마감되면 승자가 뒤바뀔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이어진 것이다. 오전 8시 현재 승자가 확정되지 않은 8개주(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네바다·애리조나·알래스카) 중 바이든 후보가 미시간·위스콘신·네바다·애리조나만 잡아도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 당선이 가능해진다.

바이든 후보는 4일 0시 40분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모든 표가 개표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집계가 다 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펜실베이니아도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시간ㆍ위스콘신에 대해서도 낙관하고 있다"면서 "(지지자들은)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선거운동본부에 들어서고 있다. 알링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선거운동본부에 들어서고 있다. 알링턴=AP 뉴시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트위터에 반박 글을 올려 “우리가 크게 이기고 있는데 그들이 선거를 훔치려 한다"면서 "투표가 끝나면 더 이상 개표는 진행될 수 없다"고 맞섰다. 이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실상 내가 이긴 게 맞다"며 "이 (개표) 문제를 대법원으로 가져가겠다"고 했다. 우편투표 사기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따라 펜실베이니아 우편투표 문제 등을 두고 양측의 공방이 격해지고 소송전까지 번지면서 결국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 당일 오전 버지니아주 알링턴 선거캠프를 방문해 "이기는 건 쉽고 지는 건 어렵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바이든 후보도 고향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을 방문해 어린 시절 살던 집에 "신의 은총으로 이 집에서 백악관까지"라고 적으며 승리를 기원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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