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내부 강연에서 “진짜 검찰 개혁은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공정하게 수사하는 검찰을 만드는 것”이라고 뼈 있는 소리를 한 뒤 정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이 근본 원인이지만, 이를 부추기는 정치권과 언론도 도가 지나치다. 검찰 전체가 정치판이 되고 있는 이 상황을 제어해야 한다.
4일 더불어민주당은 허영 대변인 논평을 통해 “검찰은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권력에 집단으로 저항했고, 검찰 편에 선 권력에는 관대했으며, 제 식구는 수사도 하지 않고 감싸왔다”고 전날 윤 총장의 발언을 꼬집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수사 권한과 인사권마저 요구한다며 “검찰 파쇼”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여권이 윤 총장을 핍박하는 모습을 보일수록 윤 총장의 입지는 커질 뿐이다.
윤 총장은 “인사권자의 뜻에 따라 총장 임기를 지키겠다”고 밝혔지만 이와 무관하게 야권의 대선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지지율은 날로 치솟고 있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4일 국회 운영위 국감에서 “스스로 곤혹스럽고 민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감장에서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또다시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언급함으로써 윤 총장 스스로 정치적으로 해석될 빌미를 준 것이다.
현직 검찰총장이 정계에 진출하거나 강력한 후보로 꼽히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내부통신망에서 벌어지는 검사들의 갑론을박도 정치 공방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정치권과 윤 총장 모두 자제를 당부한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은 어느 한편이 아닌,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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