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도주 우려 없어"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씨가 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최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를 운영하면서 범죄 수익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 손정우(25)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손씨의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주요 피의사실에 대해 대체로 인정하고 기본적 증거도 수집돼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고, 이 사건 심문 절차에도 출석했기에 도주 우려가 없으며, 일정한 주거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구속할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손씨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는 손씨 부친이 지난 5월 고발장을 내면서 시작됐다. 아들이 동의 없이 자신의 정보로 가상화폐 계좌를 개설하고 범죄 수익금을 거래·은닉했다는 내용이다. 고발장에는 할머니 병원비를 범죄수익으로 지급해 할머니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죄목도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손씨 부친의 고발 배경에는 아들의 미국 송환을 막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시각이 많았다. 아동·청소년 성착취에 엄격한 미국으로 손씨가 송환될 경우 중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아들이 국내에서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기 위해 부친이 직접 고발장을 냈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지난 2018년 3월 미국 사법기관과 공조로 W2V 유료회원 4,000여명으로부터 7,300여회에 걸쳐 4억여원 상당의 가상통화를 받고 아동음란물을 제공한 혐의로 손씨를 구속 송치했다. 손씨는 1심에서 집행유예를, 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4월 출소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가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손씨의 강제 송환을 요구하면서 구속영장이 새로 발부돼 석방이 미뤄졌다. 손씨 아버지는 그 사이 손씨를 한국에서 처벌해달라고 고발장을 냈다. 법원은 7월 "범죄인을 청구국(미국)에 인도하지 않는다"고 결정하면서 손씨는 출소했고, 석방 이후 범죄수익 은닉 혐의와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아왔다. 손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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