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선시 강경 이민정책 완화 기대
“기도하고 있다.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쫓겨나기를.”
미국 대선 투표권은 없지만 누구보다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멕시코 등 중남미 지역에서 미국으로 몰래 넘어온 불법 이민자들이다. 미국-멕시코 국경에 쌓은 장벽을 치적으로 자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기간 음지에 숨어 살았지만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합법적 이민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대선일인 3일(현지시간) 멕시코 접경 지대인 텍사스주(州) 브라운스빌 난민캠프 등에서 중남미 출신 이민자, 이른바 ‘카라반’ 12명을 만나 미국 대선에 거는 희망을 물었다. 이들은 입을 모아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학수고대했다. 온두라스 출신 보르하스는 로이터에 “우리 모두 바이든의 승리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이든 후보가 이기면 이민정책이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보다 완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이후 강경한 이민자 차단 정책을 펴왔다. 카라반 행렬이 급증한 2018년에는 이민자를 막아야 한다며 멕시코 국경에 병력 5,000여명을 배치하기도 했다. 또 대선을 넉 달 앞둔 올해 7월에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당시 두 정상이 이민문제를 논의했는지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백악관은 “양국이 쌓아 온 위대한 협력에 관해 언급했다”며 에둘러 인정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온건한 이민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자신이 취임하면 트럼프의 ‘멕시코 잔류’ 정책을 종료하겠다고 공언하면서 합법적으로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공하고, 난민 입국자도 5배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미 법원에 망명을 신청했으나 1년 반 넘게 계류 중인 쿠바 출신 이민자 유리 곤살레스는 “4년 동안 가족과 생이별하게 하고 인종차별적인 폭력을 부추긴 사람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부터 비밀리에 시행한 불법 이민 가족분리 정책 대상자 1,000여명 중 절반 가량이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난민들은 투표함이 열리는 동안 난민캠프의 휴대폰 충전소 옆에서 개표 결과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캠프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탓에 이들이 인터넷에 접속해 개표를 볼 수 있는 장소는 이 곳뿐이다. 이들의 간절한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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