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부총리 사퇴 의사 하루 만에 번복...여진은 지속
문 대통령, 여당 주장 수용하며 말로는 계속 "재신임"
홍 부총리 공개 항명 해석... 연말 개각 대상 될 수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의 표명'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4일 홍 부총리가 "(재신임 한다는) 대통령 뜻에 따르겠다"며 하루 만에 사퇴 의사를 번복했지만, 이번 사태로 당정 간 갈등이 봉합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의 정책 기조가 여당에 계속 끌려다닌 것이 사태의 일차적 원인이지만, 당정 관계의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문재인 대통령이 말로만 "재신임"을 외치면서 관료들의 의견을 번번이 묵살한 것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퇴 일단락 불구 당정 분위기 '복잡'
홍 부총리는 4일 국회에 출석해 퇴진 여부를 묻는 야당 의원 질의에 "인사권자의 뜻에 맞춰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일 "참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강하게 밝혔던 사퇴 의사를 사실상 거둬들인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홍 부총리 거취 문제는 종료가 된 것"이라며 재신임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정부(기획재정부)와 여당 내 분위기는 여전히 미묘하다. 정부 내부에서는 "부총리가 할 말을 했다" "기울어진 당정 관계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등의 홍 부총리 사의 표명 지지 발언이 나왔다.
기재부의 한 직원은 "부총리가 물러나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사의 표시라도 해서 정부 분위기를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도 "정부가 여당에 끌려다닌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 정부는 특히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책임지는 자세로 사의 표명은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당에서는 "부총리가 선을 넘었다"는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공개 사의 표명은 정치 행위로 비칠 수 있다"며 "당정 합의에 불만을 품고 사퇴 의사를 밝힌다는 것은 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말로만 재신임, "대통령 책임론"도
홍 부총리의 사표 사태에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시종일관 홍 부총리에 대한 재신임을 표하면서도, 정작 당정 갈등 사안마다 번번이 여당의 주장을 따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1차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생기자, 여당의 손을 들어주고도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잘해달라”며 홍 부총리를 재신임했다.
홍 부총리가 지난 7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정부 내 혼선이 가중되자 문 대통령은 이를 백지화했다. 그러면서도 내년도 예산안 편성 방향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힘있게 추진하라"며 또 한 번 힘을 실어줬다.
문 대통령의 언행 엇박자는 이번에도 반복됐다. 주식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 변경을 놓고 당정 간 이견이 생겼는데, 청와대는 `현행 10억원 유지`라는 여당안을 100% 수용했다. 이에 반발해 홍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했지만, 문 대통령의 대답은 "재신임"이었다.
이처럼 말뿐인 재신임 속에 경제정책 수장의 존재감이 갈수록 줄어들자, 결국 참다 못해 사퇴 카드를 던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홍 부총리의 공개 사의 표명으로, 조만간 진행될 개각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홍 부총리 거취를 사전에 협의한 게 아니라면 홍 부총리의 공개 사의는 명백한 `항명`으로 읽힐 수 있어서다.
정치권 관계자는 "청와대도 당장 부총리를 교체하기 어려우니 일단 재신임 후 후임자를 물색할 수 있다"며 "이번 사태로 부총리는 잠재적 개각 대상 후보가 됐다고 보는 게 타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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