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래대팰' 5년 뒤 보유세 6,000만원
소득 적은 고령 집주인은 증여 선택해
정부가 보유세 산정 근거가 되는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 계획을 확정하면서 향후 서울 아파트 시장의 변화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른바 '세금 폭탄' 조짐이 현실화되면서, 초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구 일부 집주인은 증여 등으로 보유 부동산을 일찌감치 정리하고 있다.
정부는 공시가격 인상 효과로 고가 아파트 소유자가 매물을 내놓다 보면, 부동산 가격이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세금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강남 1주택 아파트 보유세도 5년내 4배 뛸 듯
4일 정부와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앞으로 시세 15억원 이상 주택은 2025년까지, 9억~15억원 아파트는 2027년까지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 90%를 달성해야 한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2,093만원(KB부동산 기준)인 것을 고려하면, 서울 아파트의 절반 이상의 공시가격이 2027년까지 시세의 90%까지 오르는 셈이다.
각종 세금의 기준인 현실화율이 높아지면 보유세도 따라 오른다. 특히 종합부동산세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 기준 비율)'은 올해 90%에서 2022년 100%로 오른다. 고가 주택일수록 세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당장 강남 집주인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 보유세도 해마다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의 모의 계산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114.17㎡ 1주택자는 현실화율 90%가 되는 2025년에 올해 대비 3.4배 많은 6,003만원을 보유세로 내야 한다.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93㎡를 보유한 1주택자의 보유세는 올해 1,158만원이지만 5년 뒤에는 4배 가까이 뛴 4,503만원에 달한다. 인근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112.96㎡는 같은 기간 2,248만원에서 5,881만원으로 2배 넘게 오른다.
특히 소득이 적은 고령 집주인은 고민이 더 깊다. 세금 낼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아파트를 증여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는 이유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증여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는 전년 동월 대비 12.5배나 늘어난 1,037가구였다.
"서울 고가아파트 가수요 줄어들 것"
이런 변화를 감안해 전문가들은 강남권 중심 주택시장 안정화를 전망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뿐 아니라 용산구와 여의도, 목동 등 초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가수요 억제 현상이 예상된다"며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들면 주택을 자식에 증여할 것인지, 시장에 매각할 것인지를 두고 갈등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세입자가 억울하게 부담을 떠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전세난으로 매물은 부족하고 가격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수석은 "보유세 부담을 덜기 위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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