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동학대 신고 급감...코로나에 '숨겨진 학대' 늘어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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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동학대 신고 급감...코로나에 '숨겨진 학대' 늘어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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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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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왕구 논설위원이 노동ㆍ건강ㆍ복지ㆍ교육 등 주요한 사회 이슈의 이면을 심도깊게 취재해 그 쟁점을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코너 입니다. 주요 이슈의 주인공과 관련 인물로부터 취재한 이슈에 얽힌 뒷이야기도 소개합니다.


서울 영등포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상담사들이 바쁘게 아동학대신고 사례관리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아동학대 범죄의 80%는 가정에서 발생한다. 아동학대는 은밀하게 이뤄지는 범죄 특성 때문에 공식 통계로 드러나지 않아 ‘암수(暗數)범죄’라고도 불린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은폐된 아동학대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1학기 초중고 등교개학이 4차례나 연기되고 등교가 단속적으로 미뤄지면서 아동들이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방치되거나 비명조차 내지 못한 채 학대에 시달리는 아동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아동보호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회복지사와 아동복지 정책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가 아동학대의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아동들의 사정을 더욱 악화시켰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로 늘어난 비등교…넓어진 아동학대 사각지대

얼마나 많은 아동학대가 은폐되고 있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하지만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통해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는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아동학대 의심 신고 건수는 2만5,99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7,806건)보다 7%가량 감소했다. 특히 코로나 유입 초기인 1,2월에는 전년보다 신고건수가 늘었으나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던 3~5월 전년보다 매달 800건 이상 신고가 줄어든 점이 우려된다. 국회 보건복지위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던 신고 건수가 코로나 확산과 맞물려 감소한 건 학대가 줄어서가 아니라 발굴을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대 예방기관 관계자들의 판단도 비슷하다. 신고가 감소하면 현장 조사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숨겨진 학대 사례를 발굴하는 일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여기에 코로나 유행으로 현장 조사ㆍ사례 관리 등이 전화상담으로 대체되면서, 대면접촉을 통해서만 발굴할 수 있는 학대 사례를 찾아내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 현장에서는 특히 아동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학교 교사, 유치원ㆍ어린이집 교사 등의 신고가 줄어든 게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한다. 서울 구로구, 영등포구, 금천구 등을 관할하는 서울영등포 아동보호 전문기관(아보전)의 경우 2018년과 2019년 각각 75건과 73건이었던 교직원 신고가 올해(9월말 현재)는 16건으로 크게 줄었다. 서울 광진구, 성동구, 중랑구 등을 관할하는 서울동부 아보전은 지난해 전체 634건의 신고 중 95건이 학교 교사ㆍ유치원 보육교직원의 신고(전체신고 중 14.9%)였으나 올해는 9월말 현재 전체 신고는 470건, 교사 신고는 40건(전체신고 중 8.5%)으로 감소했다. 신고 숫자도 줄었고 교사들의 신고 비중도 낮아졌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 때문에 만날 수는 없었다 해도 아이들이 밥은 잘 먹고 있는지, 혼자 지내지는 않는지 교사들이 물어보고 챙겼어야 한다”면서 “코로나 사태로 묻혀지는 아동학대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힘들더라도 교사들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제성이 없어 안 그래도 보호자들이 방문 조사나 사례 관리를 꺼리는데 올해는 코로나를 핑계로 이를 거부하는 사례마저 속출하고 있다. 조보라(38) 서울영등포 아보전 사례관리2팀장은 “가해자들 입장에서는 방문조사를 차단할 수 있는 좋은 핑곗거리가 생긴 셈”이라며 “경찰에서 동행을 한다고 해야 겨우 면담 약속을 잡을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현장에선 비대면 상담의 한계도 절감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 시기 정부와 지자체의 가정방문 자제 요청으로 한동안 유선으로 조사와 상담을 진행했다는 서울의 한 아보전 관계자는 “방임이나 학대 등을 판단하려면 현장을 찾아 집안의 청결도, 아동의 위생상태 같은 여러 정황을 살펴야 하는데 이는 전화로는 알아챌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함께 있는) 부모의 눈치를 보느라 전화상담 때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했던 아이들을 나중에 따로 만나보니 ‘사실 그때 부모님이 때렸다’고 털어놓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황동혁(39) 강원 아보전 현장조사팀장은 “방역을 이유로 보호자가 방문조사를 거부해 전화로 조사한 뒤 이를 근거로 ‘학대’라고 판단했는데 그런 결과를 통보하자 보호자가 ‘직접 와보지도 않고 학대로 판단할 수 있느냐’고 오히려 상담사를 다그치는 일도 있었다”며 “학대 가해자들이 상황에 따라 코로나 사태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활용하려 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부는 사각지대에 방치된 학대 위기 아동을 조기 발굴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2018년 도입했지만 이 역시 코로나 사태로 무용지물이 됐다. 이 시스템은 장기 결석, 영유아 검진 및 접종 여부, 병원 기록 등 42가지 빅데이터를 입력해 ‘학대 의심 가정’으로 판단되면 이를 지자체에 통보하는 시스템이다. 읍면동 공무원은 이런 가정을 방문해 학대 여부를 확인한 뒤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신고하거나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보건복지부가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과 2019년 지자체 공무원들은 이 시스템으로 걸러낸 학대 의심 가정에 대해 각각 4만7,700건, 8만9,699건 현장 조사를 나갔으나 올해는 5,246건으로 급감했다. 현장 조사를 토대로 경찰과 아보전에 신고한 학대 사례는 2018년과 2019년 각각 44건과 52건이었으나 올해는 한 건도 없었다. 사각지대의 위기 아동을 발굴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다. 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 관계자는 “앞으로 학대 예측 모형 다변화를 통해 학대 위기 아동 발굴율이 높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불안한 출발...학대전담 공무원제도

서울영등포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마련된 상담실. 배우한 기자


아동학대 문제 해결을 위해선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수이지만 민간기관인 아보전이 강제력을 행사하기 어려워 사태 악화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6월 충남 천안에서 발생한 일명 ‘여행가방 아동학대 치사사건’의 경우 아보전이 가해자인 피해 아동의 계모에게 상담을 권유했으나 계모의 거부로 상담이 이뤄지지 않았다. 아보존의 사회복지사들은 공적 권한이 없어 가해부모들로부터 신체적ㆍ언어적 협박에 시달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현장 조사와 응급조치를 지자체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전담하는 ‘학대전담 공무원제도’ 를 이달부터 시행하고 있다.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공적 개입 강화는 다수가 동의하는 방향이지만 현장에선 준비 부족에 따른 혼란상도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2021년까지 전국 229개 시군구에 전담공무원 715명 채용을 목표로, 올해말까지 우선 118개 지자체에 290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10월말 현재 배치 완료된 인원은 220명으로 목표의 75% 수준이다. 김민정 안산시 아동보호전문기관 기관장은 “지난해 관내에서 1,651건의 아동학대 사례가 발견돼 정부 기준(50건당 1명)에 따르면 23명 정도가 배치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8명의 공무원만 배치됐다”면서 “학대조사가 부실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원도 부족하지만 현장에선 이들의 부족한 전문성을 걱정하고 있다. 학대전담 공무원의 채용 자격 기준은 사회복지사1급 자격증 소지 또는 2년 이상 아동복지 분야 실무 경력인데 배치된 공무원 중 실무 경력자는 소수다. 최혜영 의원실이 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22개구에 채용된 48명의 전담공무원 중 아동복지 분야 근무 경력자는 10명에 불과하다. 학대 여부 판단은 피해 아동의 비(非)언어 메시지까지 해독할 수 있는 능력, 높은 감수성이 필요해 다양한 사례를 접하는 경험을 해야 하는데, 제도 이행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공무원들의 전문성 부족에 대한 우려는 크다. 서울의 한 아보전 관계자는 “사회복지사들은 학대 피해 문제를 이 가정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데 공무원들은 행정적으로 사건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사건을 조사하기 전 아동과 친밀감을 형성하는 등 전문적인 상담 기법이 필요한데도 어떤 공무원은 피해 아동을 만나자마자 ‘왜 때렸어? 왜 맞았지?’ 라고 다그치듯 물어봐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오승환 울산대 사회ㆍ복지학과 교수는 “읍면동의 공무원들과 아보전 담당자, 경찰 간 아동학대 사례에 대한 판단이 다를 가능성이 있다. 이를 일치시킬 수 있도록 소통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높은 업무 강도 때문에 아보전의 전문 상담사 경력은 평균 3년이 채 안된다. 처우 개선, 인사상 인센티브 등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아동학대 전담 업무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기피 업무가 될 가능성도 있다. 숙련된 전문가는커녕 ‘배치받자마자 떠날 궁리만 하는 사람’들로 자리가 채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조경희 서울 영등포구 아동친화팀장은 “배치된 인력들이 느낄 심리적 부담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인센티브가 필요하지만 개별 지자체마다 사정이 다르다”며 “전국 지자체의 아동복지 담당자들이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문제를 중앙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제도의 내실화를 위해 정부의 꾸준한 제도 개선 노력과 예산 투자가 요구되는 이유다.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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