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국무총리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기존의 강도높고 획일화된 방역조치에서 보다 정밀하게 방역을 하겠다는 5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안이 발표됐다. 생활 방역은 강화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에 우리 사회도 긴 호흡으로 대처하기 위한 채비를 갖추기 시작한다니 참 다행이다. 가을의 ‘쌀쌀함’이 겨울의 ‘추위’로 바뀌며 바이러스 확산의 두려움도 덩달아 커지던 터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우리를 움츠러들게 한 것은 하루하루를 힘들게 하는 통제된 경제 활동과 억제된 개인 생활에 대한 우려였을 것이다.
이번 조치에는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지만 여전히 “방역”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재와 같은 장기화 국면에선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방역보다는 생존보장형 생활정책으로 포커스의 이동이 필요하다.
끝을 모르는 채 365일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이 상황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국민 건강을 지킨다는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 한편에 불안과 답답함을 떨치기 힘들다. 이제는 마스크를 쓴 채 촬영하는 인터뷰나 결혼식 하객 사진도 낯설지 않다. 앞으로는 주민등록증 사진도, 영화도 마스크를 쓴 채로 촬영해야 하는 날이 오는 건 아닌가 하는 부질없는 상상을 해 보기도 한다. 심지어 지나가는 지인을 알아볼 수 있을까?라는 우려도…
지금 당장 완전한 극복이 어렵다면 일상에서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니라 최대한 많은 정보다. 알아야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열린다.
국내 완치자가 2만4,000명에 이르는 동안 고위험군, 중위험군, 저위험군에 대한 연령별, 지역별, 직업별 감염 확률이 높은 환경과 집단에 대한 자료도 축적되었지만 어떤 사람이 어떤 경로와 방식을 통해 완쾌되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여전히 부족하다. 적절한 치료를 통해 회복된 사례들을 공유하고 국민이 감염과 치료에 균형 잡힌 시각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줄 때다.
이제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도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최대한 세분화해 지침을 만들고 사회가 바이러스와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누군가는 가벼운 감기처럼 지나가기도 하는가 하면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기에 적절한 치료를 통해 회복된 사례들을 공유하고 개인차원에서 대처방안을 강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국가의 역량도 특별히 더 위험한 곳에 투입할 수 있다. 다만 ‘전파’에 대해서는 국가차원에서 철저히 관리하되 기본 지침을 따르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촘촘한 정책적 대책도 필요하다.
지금은 지나치게 무차별적인 조치들이 일괄적으로 취해지고 있다. 매장 출입 내역 기록이 대표적이다. 이 정보가 어디에 얼마나 보관되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이는 많지 않아 보인다. 또 QR코드인증을 통한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과 개인신원 확인 조차 어려운 수기작성 시스템이 공존하고 있지만 대책도 부실하다.
지금의 정책들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 긴 생존을 위해 일상으로 되돌리는 길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감하게 진짜 생활 속 경제 정책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핀 포인트 방역, 차별화된 대응과 치료체계, 생활과 경제에는 최소한의 영향을 주는 유연한 정책은 없을까. 공포를 이겨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답은 전문가와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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