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왕조’를 이룩한 주역들에게 올 가을은 어느 해보다 특별하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 세 차례 우승컵(2015ㆍ2016ㆍ2019)을 들어올렸던 주축들이 어쩌면 마지막으로 함께 뛰는 ‘가을 야구’가 될지도 모른다.
두산은 2020시즌 종료 후 선수단에 큰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4일 막을 올린 LG와의 준플레이오프 명단만 봐도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을 앞둔 선수만 6명에 달한다. 주전 내야수 허경민(30) 최주환(32) 오재일(34) 김재호(35)를 비롯해 외야수 정수빈(30) 투수 유희관(34)도 ‘예비 FA’다.
모기업의 경영 악화로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운 두산이 이들을 전부 붙잡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거에도 두산은 거물급 내부 FA 양의지(NC) 김현수(LG) 민병헌(두산)을 타 구단에 놓아줬다. 올 겨울 역시 두산은 FA 시장에서 타 구단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는 허경민과 최주환 오재일 등을 잡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점에서 두산은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 왕조의 마지막 시즌을 담은 다큐멘터리 ‘라스트 댄스’와 종종 비견된다.
선수들도 찾아올지 모르는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박건우(30)는 동갑내기 허경민 정수빈과 단체 대화방에 과거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끝까지 좋은 추억을 남기자’고 메시지를 적었다. 이에 허경민은 “올해가 마지막일 수 있어 이대로 끝나면 아쉬울 것 같다”면서 “한 경기라도 더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은 예년과 달리 한국시리즈 직행이 아닌 3전2승제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5전3승제 플레이오프, 7전4승제 한국시리즈까지 긴 여정을 앞두고 있다. 쉽지 않은 관문이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은 두산의 ‘가을 DNA’는 최고 무기로 평가 받는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출신 오재일은 “포스트시즌은 매년 해도 긴장된다”면서도 “많이 경험해봤기 때문에 긴장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안다”고 자신했다. 김재호도 “(포스트시즌은) 부담이 엄청 큰데, 우리는 5년간 해서 그런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두산은 왕조의 시작을 알렸던 5년 전 3위로 준플레이오프부터 거쳐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기억도 있다. 당시 넥센과 NC를 차례로 넘은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원정 도박 파문으로 핵심 투수들을 잃은 삼성마저 꺾었다. 그 해부터 두산의 왕조가 열렸고, 2011년부터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삼성의 왕조는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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