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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능청스런 도굴꾼 연기했더니 실제로도 수다쟁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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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능청스런 도굴꾼 연기했더니 실제로도 수다쟁이 됐죠"

입력
2020.11.04 10: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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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굴'의 이제훈.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도굴'의 이제훈.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는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영향을 얼마나 받을까. 배우 이제훈(36)을 보면 제법 큰 영향을 받는 것 같다. 4일 개봉한 영화 ‘도굴’에서 능청스런 도굴꾼 '강동구'를 연기한 그는 실제로도 평소보다 훨씬 활기차 보였다.

지난달 30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능글맞고 능청스러운 모습이 나한테 있는 줄 몰랐다’며 “평소 실없는 소리 하고 넉살 좋은, 그런 사람이 아닌데 이번 영화를 찍고 나니 그런 모습이 일상생활에서도 나오더라”라며 밝게 웃었다.

강동구는 언제나 자신만만하며 죽을 위기 속에서도 실없는 소리를 멈추지 않는 인물. 평소 먼저 말하기보다 듣는 편이었다는 그는 “영화에서 워낙 말을 많이 하다 보니 현장에서도 쉴 새 없이 떠들었고 친구들 만날 때도 말이 많아졌다”며 “오래 봐왔던 친구들은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해서 흥미로웠다”고 했다.

‘도굴’은 도굴꾼과 땅굴파기 전문가 등이 모여 서울 강남 한복판인 선릉 속 유물을 훔치려 한다는 내용을 그린 영화다. 하이스트(무언가를 훔치는 행위를 하는 과정을 다룬 서사) 장르의 관습을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충실히 따르는 영화로, 이제훈은 흙 맛만 봐도 유물이 어디 있는지 알아내는 프로 도굴꾼 역할이다. 이제훈 외에도 조우진이 고분 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 임원희는 땅굴 파기 전문가 '삽다리', 신혜선은 고미술 큐레이터로 출연한다.

‘도굴’은 밝고 경쾌한 킬링타임용 영화에 대한 이제훈의 갈증을 해소해준 작품이다. 최근 몇 년간 위안부 문제를 다룬 ‘아이 캔 스피크’, 일본에서 활동한 조선인 아나키스트를 다룬 ‘박열’,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의 스릴러 ‘사냥의 시간’ 등 다소 무게감 있는 영화들에 출연해온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즐기고 즐거운 마음으로 극장을 나올 수 있는 영화에 출연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촬영 전 캐릭터 분석에 시간을 많이 쏟는 배우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엔 작품 속에서 신나게 놀았다고 했다. “캐릭터를 구축할 때 유사한 장르의 영화를 참고하기도 하는데 이번엔 시나리오만 봐도 술술 풀어졌어요. 대사를 읽으며 절로 신이 났죠.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을까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어요. 원래 주어진 대사에 맞게 연기하는 편인데 이번엔 대사가 틀려도 다시 찍지 않고 애드리브로 지어내서 했을 정도였어요. 오락적 재미를 주는 작품에서는 내가 뭔가 덧붙여서 보여줄 수도 있구나 생각했죠.”


영화 '도굴'의 한 장면. 존스 박사(왼쪽부터, 조우진), 강동구(이제훈), 삽다리(임원희), 윤실장(신혜선)은 서울 강남 한복판 선릉 속에 숨겨진 유물을 훔칠 계획을 세운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도굴'의 한 장면. 존스 박사(왼쪽부터, 조우진), 강동구(이제훈), 삽다리(임원희), 윤실장(신혜선)은 서울 강남 한복판 선릉 속에 숨겨진 유물을 훔칠 계획을 세운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15년째 연기자로 살면서 현장을 살피는 눈도 넓어졌다고 했다. 자신의 역할에만 집중했던 것과 달리 요즘에는 주위 사람들까지 살펴보게 됐다는 것이다. 영화 선택 기준도 작품에서 사람으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는 중이다. 그는 “함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작품 선택에 있어서도 함께 만드는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며 잘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했다.

이제훈에겐 아직 흥행 배우라는 타이틀이 따라붙지 않는다. 그만큼 흥행에 대한 욕심도 클 법하지만 그는 말을 아꼈다. “항상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으면서 작품을 이어나가길 하는 바람은 있죠. 하지만 흥행보다는 관객들을 계속 궁금하게 만드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보고 싶고 기대가 되는 배우. 제 이름 앞엔 그런 수식어가 이어지길 바랍니다.’

이제훈은 지난해 뜻이 맞는 영화인들과 영화제작사 ‘하드컷’을 차리며 제작자로 나서기도 했다. 직접 연출해보고픈 마음도 있다. 그는 “아직 역량과 소양이 부족해 먼 미래의 일”이라며 “일상생활에서 늘 아이디어를 떠올리는데 그런 게 조금씩 쌓여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직접 연출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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