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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돌연 사표 제출 왜? "교체 어려워…전략적 카드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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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돌연 사표 제출 왜? "교체 어려워…전략적 카드일수도"

입력
2020.11.03 19:40
수정
2020.11.03 21:2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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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하는 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지난 6월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하는 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사표를 제출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즉각 반려하고 재신임 의사를 표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이 여당에 의해 번번이 뒤집히는 데 대한 누적된 불만이 사표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기가 꺾인 정부 내 분위기를 추스르고 향후 당정 갈등 국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의도된 충격요법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참다 참다 폭발했나?

이날 홍 부총리가 내세운 직접적인 사퇴 이유는 "(주식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 변경을 놓고 당정 간 갈등이 두 달간 이어진 데 대한 책임"이다.

홍 부총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련 질의에 "저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지만 (최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일단 현행 10억원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답하면서 "최근 2개월간 (이 문제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던 상황에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싶어 제가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당정 간 갈등에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정부 입장을 반영해 주지 않는 당정청 회의 결과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사표를 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간 정부는 내년부터 대주주 기준을 이미 발표된 대로 3억원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단지 이번 '대주주 기준 변경' 사안만으로 경제부총리가 사표를 던진 건 아닐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번 사안이 그간 쌓여 온 불만을 터뜨리는 일종의 방아쇠로 작용했을 거라는 해석이다.

실제 올해 들어 정부 정책 기조가 여당의 이견으로 뒤집힌 경우가 수차례 반복되고 있다. 지난 4월 정부는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소득 하위 70%로 제한할 것을 주장했지만, 4·15 총선을 앞둔 여당이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면서 결국 소신을 꺾어야 했다. 당시에도 여당 지도부는 홍 부총리 퇴진 가능성을 언급했고, 홍 부총리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맞섰기도 했다.

2차 재난지원금 조성과 4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도 당초 정부는 부정적이었으나 여당의 밀어붙이기에 결국 입장을 바꿔야 했다. 당시 홍 부총리는 "확진자 급증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며 태도 변경 이유를 밝혔으나, 관가에서는 기재부가 정치권 힘에 밀려 정책 기조를 바꿨다고 보는 경향이 강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 개시를 맞아 서울 마포구 라이브커머스스튜디오를 방문, 판촉을 지원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 개시를 맞아 서울 마포구 라이브커머스스튜디오를 방문, 판촉을 지원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경제 수장 진짜 교체될까?

홍 부총리의 사표는 청와대에 의해 즉각 반려됐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 발언 직후 "홍 부총리가 오늘 국무회의 직후 대통령께 사의를 표했으나, 대통령은 바로 반려 후 재신임했다"고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답변에서 "국회에 오느라 (대통령 반려) 소식을 듣지 못했다. 후임자가 올 때까지 맡은 바 일을 다하겠다"며 비교적 강하게 사퇴 의지를 밝혔지만 실제 퇴임 여부는 불투명하다.

우선 문 대통령이 재신임하기로 한 만큼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할 뚜렷한 후보군이 없는데다, 코로나 재확산, 미국 대선 파장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청와대가 경제부총리를 쉽게 교체할 수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홍 부총리가 전략적으로 사퇴 카드를 던졌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먼저 거대 여당에 번번이 끌려 다니며 사기가 꺾인 정부(기재부) 내 분위기를 달래려는 차원에서다. 또 이번에도 정책이 여당 뜻대로 바뀌었는데, 부총리가 별다른 액션 없이 받아들일 경우 더 이상 조직을 이끌기 어려울 수 있다는 현실적 고민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향후 당정 간 갈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당정은 재정준칙 도입 방안 등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는데, 홍 부총리가 사퇴 카드까지 내놓은 마당에 여당이 계속 강하게 나서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홍 부총리 성격상 사퇴 표명을 전략적 이유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다만 경제가 계속 불안정한 상황에서 후임자 선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을 다한다는 측면에서 역할을 이어나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세종= 민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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