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급증하는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 전방위적인 조이기에 나섰지만, 지난달에도 주요 은행 가계대출은 여전히 8조원대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신용대출은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한 층 높였음에도 오히려 전달보다 증가폭이 더 커졌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NH농협)의 10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57조5,520원으로 전달(648조8,909억원)보다 7조6,611억원(1.17%) 늘었다.
역대급 증가세를 기록했던 8월 증가액(8조4,098억원)보다는 8,000억원가량 줄었지만 9월(6조5,757억원)보다는 1조원 넘게 늘었다.
앞서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적용 카드를 검토해 왔다. 그러나 9월 가계대출 증가폭이 8월보다 줄면서 적용을 유예하고 추이를 주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는데, 한 달 만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당국이 주목하는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128조8,431억원으로 한 달 새 2조4,563억원이나 늘었다.
신용대출은 지난 8월 역대 최대 증가폭인 4조원 늘어난 뒤, 금융당국의 규제 엄포와 한도 축소ㆍ금리인상 등 은행권의 의도적인 대출 속도 조절에 힘입어 9월에는 절반 수준인 2조1,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이 역시 효과가 한 달밖에 이어지지 않으면서 ‘반짝 효과’에 그친 셈이다.
은행 관계자는 “추석을 앞둔 9월에는 상여금 등으로 신용대출 수요가 줄었지만 이후 다시 지출이 늘면서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 이사철인 가을에 전세 수요가 많아지는 것도 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아직 대출 증가세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앞서 각 시중은행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연말까지 신용대출 월별 증가폭을 2조원대로 맞추겠다고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는데, ‘관리 목표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은행들이 연간 건전성 지표 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 이달과 12월에는 증가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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