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요즘 웬만한 소비를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 안에서 해결한다. 사고싶은 게 생기면 네이버쇼핑에서 가격을 비교해본 뒤 저렴하거나 네이버페이가 가능한 곳에서 구매한다.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살 때도 '네이버 장보기'와 제휴된 홈플러스나 GS프레시몰 등에서 당일배송으로 주문한다. 여가시간엔 네이버 웹툰(인터넷만화)을 보거나 음원 플랫폼인 바이브에서 음악 감상도 즐긴다. 사실상 하루의 시작부터 끝이 네이버 생태계 안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최근 사업 영역 확대에 나선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들이 A씨와 같은 고객을 잡기 위해 다양한 구독 서비스 출시에 올인하고 있다. 고객이 기업 울타리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도록 가둬두기 위한 전략이다.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면서도 확실한 수익 창출까지 보장된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주목 받고 있다.
국내에선 최근 쇼핑과 페이 부문 매출이 전체의 30% 이상으로 성장한 네이버에서 첫 발을 뗐다. 올해 6월 첫 유료 회원제 서비스로 출시한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은 매월 4,900원을 내면 네이버쇼핑 결제 금액의 최대 5%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로 적립해주고 웹툰이나 동영상, 음악 등 콘텐츠 이용권도 지원해준다. 반응은 뜨겁다. 지난달 말 네이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성숙 대표는 "플러스 멤버십 가입자가 4개월 만에 160만명을 돌파했다"며 "연말까지 200만명을 모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네이버에게 플러스 멤버십 서비스는 중요하다. 사업 생태계 확장에 필요한 충성 고객 확보와 직접 연관돼 있어서다. 한 대표는 "멤버십 가입자의 9월 거래액은 전체 쇼핑의 약 15%를 차지했고, 월 20만원 이하 구매 고객은 멤버십 가입 후 구매액이 3배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기존엔 여러 곳으로 분산하던 쇼핑을 네이버로 모아오면서 네이버와 이용자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셈이다. 멤버십 회원들이 웹툰이나 오디오북,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추가로 이용하면서 콘텐츠 이용자 저변도 넓어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 가운데선 애플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애플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첫 구독형 서비스 '애플 원(One)'을 선보였다. 동영상과 음악, 게임, 클라우드 등 애플이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자유이용권'이다. 개인은 월 14.95달러(약 1만7,000원)에, 가족은 월 19.95달러(약 2만2,600원)를 내면 따로 일일이 구독하는 것보다 30%가량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애플 원도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과 마찬가지로 이용자들을 애플 생태계에 묶어두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아이폰이나 맥북 등 애플 기기에서만 이용 가능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나 구독형 게임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 클라우드 서비스 '아이클라우드' 등에 이용자를 익숙하게 만든 이후, 또 다시 애플 기기를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반대로 기기 판매량이 저조한 상황에서 구독 서비스 모델로 매출 구조를 다변화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다. 실제 올해 3분기 애플 전체 순매출액 중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22.5%로 3년 전(16.2%)에 비해 크게 늘었다.
구독형 맴버십 서비스에 대한 국내 IT업계 움직임도 분주하다. SK텔레콤이 웨이브(OTT)와 플로(음악) 이용권 등을 묶은 '올프라임' 서비스를 내놓는 등 통신 3사 모두 올해 멤버십 서비스를 출시했다. 카카오도 '구독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각종 서비스를 결합한 유료 구독 모델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플랫폼 기업들의 이런 '내 식구 가두기' 전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충성 고객들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확실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한 곳에서 여러 가지 서비스를 해결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에 대한 대중들의 태도가 훨씬 적극적이게 변했다"며 "내년엔 더욱 다양한 모델들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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