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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키색, 그 출생의 비밀

입력
2020.11.04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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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 세상에 색깔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까? 과학책에서는 빛이 반사된 결과로 일어나는 물리적 현상이라고 하지만, 빛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다양한 빛깔들만큼 그려내고 싶을 말도 많을 것이다. 게다가 색은 사람마다 선호도가 다르고 상황별로 감정이 투영되니 색감을 표현할 말에는 늘 목마르다.

그런데 우리가 편히 쓰는 색깔말이 정말 그 빛깔을 나타낼까? 주로 군복에 쓰이는 카키(khaki)색은 탁한 진초록으로 통한다. ‘카키’는 인도어 ‘흙’을 뜻하는 말로, 원래 영국령 인도 군복의 색이었다. 그러니 카키색은 원래 탁한 황갈색이다. 이후 군복의 색은 바뀐 채로 카키가 그대로 남아 있다. 간혹 외국에 가서 카키색을 달라고 했다가 사막의 색을 받아 온 사례를 보곤 한다. 몽골어에서 왔다는 ‘보라’는 이미 고려 때 들어온 말이라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시장이나 인터넷에서 옷을 팔 때 자주 쓰이는 소라(sora)색, 곤(kon)색은 각각 하늘색, 감색의 일본말이다. 하늘색이 소라색으로 둔갑하더라도 그것은 소라의 색이 아니다. 어두운 남색인 감색(紺色)은 잘 익은 감의 빛깔과 혼동될 수도 있는데, 주황색 감의 빛깔은 감빛이라 하면 된다.

요즘 온라인 세상에는 독특하고 낯선 색깔들이 진열되어 있다. 파란색 계통만 봐도 나일강 색이라는 나일블루, 바다의 색이라며 마린블루, 그 밖에도 인디고블루, 로열블루, 코발트블루 등등 무수하다. 그런데 그 말들이 우리의 생각을 그대로 표상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카키색이나 소라색처럼, 익숙할지라도 알지 못하는 세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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