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멋쟁이 희극인'으로 자신을 소개한 개그우먼 박지선의 트위터 계정. 애도의 글이 줄잇고 있다.
'멋쟁이 희극인'. 세상을 떠난 개그우먼 박지선(36)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스스로 적은 소개말이다. 그의 비보가 날아든 지 이틀째인 3일 남을 웃기면서도 자기는 웃을 수 없었던 희극인으로서 고인의 삶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분장을 못해 더 웃기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개그우먼이 되겠습니다." 2008년 KBS 연예대상에서 우수상을 차지한 그의 수상소감 중 한마디다.
박지선은 고려대 교육학과에 재학 중이던 2007년 KBS 공채 22기 코미디언으로 데뷔했다. 무명 생활도 없이 곧바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알려진 것처럼 그는 국내 최초 '민낯 연예인'이었다. 고교 2학년 때 여드름 치료를 잘못 받은 후 얼굴에 스킨 로션도 못 바를 정도로 후유증을 오래 앓았다. 대학 시절 "사람들이 얼굴을 보고 놀라" 1년간 휴학까지 했다던 그가 TV에 나와 대중을 웃기는 코미디언이 된 건 아이러니다.

운명을 달리한 고 박지선(36)과 그의 모친의 빈소가 2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 마련됐다. 사진공동취재단
박지선은 '당당한 못난이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다. "저는… 못생기지, 않았습니다. 러블리한 편입니다." 2009년 KBS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 '희극여배우들' 속 박지선의 대사다. 여성 코미디언이 자신의 외모를 희화화해 웃음 소재로 삼던 그 당시, 박지선의 개그에는 특별한 게 있었다.
"저는 제가 못생겼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잇몸 교정도 안 하고, 어떤 시술도 하지 않을 겁니다. 나 자신조차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날 사랑해 주겠어요?" 그는 당당한 태도를 고수했다. "내 얼굴이 좋다"는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최근에는 전문 MC로 자리 잡았다. 특히 아이돌 그룹 쇼케이스나 팬미팅 진행자로 섭외 1순위에 꼽혔다 한다. 1세대 아이돌 HOT 팬클럽 출신이었던 만큼 "'팬심'을 잘 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이돌 팬들을 '빠돌이' '빠순이'라 낮춰 부르기 일쑤였던 것과는 달랐다. "주말 이 시간을 남을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데 쓰는 사람도 있는데, 여러분은 지금 사랑하는 데 쓰고 있는 거예요. 정말 대단합니다." 샤이니 데뷔 7주년 팬미팅에서 박지선이 남긴 말은 아직도 널리 회자된다.
그래서 박지선은 갔지만, 그가 남긴 말들은 여전히 우리를 위로하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해시태그 '#멋쟁이희극인박지선'을 단 추모 메시지가 잇따른다. "박지선은 언제나 멋있는 희극인이었고, 자존감 넘치는 사람이었다" "언니 말이 저에게 용기가 됐고 힘이 됐다" "멋쟁이 희극인으로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말들이 잇따라 올랐다. 발인은 5일 오전 7시, 장지는 벽제승화원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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