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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준의 야구수다] 감독 부재에 영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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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준의 야구수다] 감독 부재에 영웅도 없었다

입력
2020.11.03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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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한 키움 선수들이 퇴장하고 있다. 뉴스1

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한 키움 선수들이 퇴장하고 있다. 뉴스1

야구에서 감독의 자리가 왜 중요한지, 왜 필요한지, 무엇을 해야 하는 자리인지 제대로 알려준 경기였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모두 예상대로였다. LG 선발 켈리의 호투도, 양 팀의 가라앉은 분위기도 그리고 안타깝게도 감독 부재에 가까운 키움 벤치에 대한 우려도 그대로 나타났다. 혹시나 기대했던 영웅은 없었다.

13회말 2사 만루 신민재의 끝내기 안타로 경기를 마무리한 접전이었지만 내용은 양 팀 선발 투수들의 호투를 제외하곤 포스트시즌 경기답지 않았다. 두 팀 모두 전략도 없었고, 패기도 보이지 않았다. 정규시즌 2위 싸움에 밀려나 떨어질 대로 떨어진 두 팀의 처진 분위기만 느낄 수 있었던 졸전이었다. 서로 이기고 싶다는 마음만 있었지, 큰 경기를 앞두고 아무런 준비가 돼있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LG 선발 켈리는 기대와 예상대로 키움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최고 시속 145㎞까지 나왔던 고속 슬라이더가 일품이었다. 강력했기에 단순했다. 고속 슬라이더를 위닝 샷으로 한 패턴으로 2회초 선두 4번 타자 박병호부터 7번 이지영까지 4타자 연속 삼진을 잡았고, 7이닝 동안 10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키움 선발 브리검도 1회말 2사후 LG 채은성에게 선제 홈런을 허용했지만 이후 자신들의 공격 스타일만을 고집하고 급하게 달려드는 LG 타선을 상대로 변화구 비율을 올려 자신의 투구 템포를 찾았다. 2회와 3회는 단 5구와 8구로 6명의 타자를 잡아낸다. 5회까지 53구로 마쳐, 경기 후반 승부의 흐름을 유리하게 만들었다. 삼진을 연신 잡아냈지만 투구수가 적잖이 쌓여가던 켈리를 압박했다.

7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LG 홍창기를 볼넷으로 내보내 밀어내기 실점을 한 키움 교체 투수 안우진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7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LG 홍창기를 볼넷으로 내보내 밀어내기 실점을 한 키움 교체 투수 안우진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7회초 박병호의 역전 홈런이 나오면서 승부는 키움이 한 점 앞서가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키움은 이 한 점을 지켜서 이겨야 했다. 2-1로 1점 앞선 7회말, 브리검이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투구수는 69개. 하지만 키움 벤치가 불펜진을 믿고 용기를 내서 브리검을 새로운 이닝의 시작과 함께 바꿨어야 할 타이밍이었다. 더욱이 다음 투수로 준비하고 있었던 안우진과 함께 포수도 바꿀 계획이었다면 더더욱 새로운 이닝의 시작부터가 적합한 교체 타이밍이었다. 그 밖에도 여기에는 바꾸어야 할 3가지 근거가 있었다.

첫째, 앞선 6회말부터 경기 초반 낮게 제구된 변화구가 손에서 빠지기 시작했다. 2사 1ㆍ3루의 위기가 있었고, LG 4번 라모스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았지만 시즌 중 경기 중ㆍ후반 브리검이 무너지는 패턴이었다. 둘째, 포수 이지영이 초구부터 급하게 달려드는 LG 타선의 경향을 읽고, 1회말 채은성의 홈런 이후 변화구 중심패턴(홈런 이후 57구 중 43구를 변화구)으로 앞선 타석을 상대했기 때문에 타자의 눈에 들어오는 3번째 타석은 확률적으로 위험했다. 마지막 셋째, LG 타선이 경기 초반에는 급했을지 몰라도 경기 후반 한 점을 내기 위해 또 다른 집중력을 갖고 달려들게 분명했다. 잘 던지고 있지만 결단이 필요했다. 키움 벤치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며 기다려 봤지만 교체는 없었다.

결국 브리검은 7회 1사 후 오지환과 김민성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1사 1ㆍ2루, 교체 투수는 안우진이었다. 포수도 이지영에서 박동원으로 바꿨다. 위기에 급히 투입된 안우진과 박동원 배터리가 당황하는 게 눈에 보였다. 투수와 포수의 사인 박자가 엇갈렸고, 결국 첫 상대 타자인 유강남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만루의 위기를 만들었다. 이후 1사 만루 LG 대타 박용택은 삼진 처리했지만 홍창기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LG 류중일 감독(왼쪽)과 키움 김창현 감독대행. 연합뉴스

LG 류중일 감독(왼쪽)과 키움 김창현 감독대행. 연합뉴스

감독의 역할은 결단의 자리다. 키움 벤치가 선발 브리검의 교체 타이밍을 놓친 이후 불펜진 운영은 뒤죽박죽 순서가 엉클어진 것처럼 보였다. 벤치가 투수교체를 하는 데 있어서 근거가 전혀 읽히지 않았다. 13회초 박동원의 행운의 안타로 한 점을 도망가며 경기를 다잡았던 상황, 마지막 이닝을 지키기 위해 투입된 김상수와 위기 후에 올라온 김태훈의 바뀐 등판 순서도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공 하나가 승부를 가르는 접전의 승부가 많다. 순간 승기를 잡기 위해 벤치 결단이 필요하다. 새삼스럽지만 이날 경기를 통해 야구라는 게임에 감독의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왜 필요한지,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포스트시즌은 가을의 축제다. 그럼에도 앞서 ‘졸전’이었다는 과격한 표현을 스스럼없이 말했던 이유 중에는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르는 경기임에도 경기 밖으로 산산이 흐트러져 있는 키움 선수단 분위기가 안타까웠던 게 가장 크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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