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 책임론', 바이든 '방역 실패' 맹공?
분열된 美 정치 쟁점화에 中 "불똥 튈라" 조심
美 이어 유럽의 대만 WHA 참석 요구도 부담
중국이 대선을 치르는 미국을 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정치화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대선 과정에서 부각된 미국 내 방역 실패에 대한 불만이 '중국 책임론'으로 옮아붙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9일 세계보건총회(WHA)를 앞두고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대만 참석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선 여전히 단호하다. 코로나19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미국을 비판하면서도 중국에게 불리한 사안에는 방역보다 정치논리를 앞세우는 셈이다.
"코로나로 분열된 미국… 바이든도 똑같아"
중국은 미국이 대선에 치중하느라 코로나19 대처에 소홀해왔다고 지적했다. 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봉쇄조치를 취하는데 반해 미국은 선거 열기에 묻혀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은 글로벌 방역망의 구멍으로 전락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 CNN방송은 2일(현지시간) "지난 1주일간 미국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8만명을 넘어섰다"면서 "이는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를 고리로 중국을 압박하는 건 트럼프 정부의 전매특허였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조 바이든 후보와 민주당이 트럼프 정부의 보건정책 실패를 맹렬히 공격하면서 유권자의 관심이 코로나19에 더 쏠렸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3일 "미국이 선거로 극심하게 분열된 상황에서 민주당의 공세는 오히려 방역의 정치 쟁점화를 증폭시켰다"면서 "누가 당선되든 미국은 전 세계 코로나19 공동 대응에 전기를 마련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스스로는 방역에 자신만만하다. 중국 호흡기질환 최고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공정원 원사는 최근 "기온이 떨어지면서 글로벌 2차 유행이 시작됐지만 중국은 완벽한 방역제도를 전국적으로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어 다른 국가와 달리 발병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했다.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슈가르에서 확진자와 무증상감염자가 300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국지적 감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유럽 의원 100여명, "대만 WHA 참석해야" 촉구
이처럼 미국에 맞서 기세등등한 중국이지만 유럽이 대만의 손을 들면서 국제무대에서 껄끄러운 일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대만 외교부는 1일 "유럽 의원들이 대만의 세계보건총회(WHA) 참석을 촉구하는 서한을 세계보건기구(WHO)에 보냈다"고 밝혔다. WHA는 WHO의 의사결정기구로 오는 9일부터 열린다. 유럽 의원 100여명은 서한에서 "대만은 중국발 코로나19 유입을 성공적으로 차단한 모범사례"라며 "대만이 WHA에서 배제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인구 2,300만명의 대만은 누적 확진자가 558명에 불과한데다 4월 중순부터 200여일간 국내 발생 확진자 '0'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5월에도 대만의 WHA 참석을 놓고 국제사회와 얼굴을 붉혔다. 당시 미국과 일본 등 14개국 대표들이 공개적으로 대만을 옹호했지만 중국의 반대로 끝내 무산됐다. 대만은 WHO 회원국이 아니지만 WHA에는 2009~2016년 옵서버로 참석했지만, 2017년부터 중국의 압박을 받은 WHO가 대만 초청을 거부하면서 국제 보건협력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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