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수의사회 "심리·행동학적 문제 야기"
"부정적 자극보단 긍정 훈련 강화 해야"
"마음은 너무 아프지만 애들이 짖는 게 줄었다", "지지직 소리가 나더니 강아지가 깨갱. 전기 맛을 보더니 한번 짖고 말더라. 효과 1,000점이다."
한 포털 사이트 쇼핑 코너에 올라온 반려견 짖음 방지기 구매 후기 글이다. 아파트 층간소음 등을 이유로 반려견에게 채우는 '짖음 방지기'에 대한 정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되는가 하면 온라인 몰에도 관련 후기가 끊임 없이 올라오고 있다. 국내에는 제품 판매 기준이나 제한이 없는 가운데 개가 짖을 때마다 소리나 진동, 정전기 자극 등이 오는 방식의 1만~5만원대 비교적 저렴한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후기를 보면 대체로 마음은 아프지만 민원이 들어와서 어쩔 수 없이 쓴다는 의견이 많다. "민감도를 최대로 높이니 잘 된다. 맴찢 (마음이 찢어질 정도로 아프다는 뜻)이지만 평생 같이 살아야 하기에", "전기충격이 생각보다 조금 세더라. 손에 테스트를 해봤는데 찌릿찌릿 하더라. 강아지가 힘들 것 같지만 민원이 들어와서 어쩔 수 없이 써 본다" 등의 내용이었다. 반면 "처음에는 (개가) 놀래서 오줌까지 지리더니 이제는 적응해서 평소처럼 짖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실 정전기 등을 이용한 짖음 방지기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용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는데 영국에서는 지역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금지하는 추세며 호주에서는 사용 기준 등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 수의사회(BVA)는 홈페이지를 통해 "정부에 짖음 방지기 판매와 사용을 금지하도록 요청했다"며 "전기 충격은 낮은 수준이라고 해도 개와 고양이에게 스트레스와 고통, 공포와 함께 심리적, 행동학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벌을 주거나 통제하기 위해 전기 충격 짖음 방지기를 사용하는 것은 남용의 우려가 있고, 복지와 훈련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짖음 방지기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근거로 "개와 고양이에게 보상을 기반으로 한 훈련이 효과적이기도 하지만 훈련의 일부라며 고통을 줘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사용해선 안 된다고 밝힌 짖음 방지기에는 전기 충격뿐 아니라 초크체인, 소음이나 진동, 스프레이 등도 포함되어 있다.
순간의 행동 억누를 수 있지만 근본적 해결 안돼
국내 수의사, 동물보호활동가 등도 짖음 방지기 사용에 부정적이다.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 수의사는 "벌을 줄 때 점점 강도를 높이게 되는데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러한 처벌 방식은 신체적, 정신적 손상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강한 두려움은 반드시 다른 공격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며 일반 보호자들이 부정적 자극을 이용하는 것에 반대했다. 그는 "벌을 주는 식의 교정은 순간의 행동을 억누를 수는 있지만 내면에 있는 감정상태를 억누르지 못한다"며 "부정적 자극을 보호자와 연관지어 생각하게 되면 보호자와 반려동물의 관계가 어그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도 "짖음 방지기를 사용하게 되면 단순히 개가 놀라는 수준이라도 부정적 경험을 하게 된다"며 "결국 개 입장에서는 어떤 문제가 해결되지 못 해 짖는 것인데 짖음 방지기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개들이 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보호자들이 이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고치려고만 하니 기계를 쓰는 것 같다"며 "개는 기계가 아니다. 근본적 문제가 아니라 행동 하나만을 교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