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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측정 부는 시늉만 한 30대 운전자...'1심 무죄' 세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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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측정 부는 시늉만 한 30대 운전자...'1심 무죄' 세가지 이유

입력
2020.11.03 14:21
수정
2020.11.0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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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측정 거부했다는 뚜렷한 정황 입증 안돼
②경찰이 채혈 측정 고지 안한 잘못도 지적
③"기도 기능 저하, 호흡량 부족" 주장도인정

음주운전 측정 관련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음주운전 측정 관련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때 운전자가 음주측정 불응 의사를 뚜렷이 표시하거나, 현장 이탈을 시도하는 등 명시적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음주측정 거부’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변민선 판사는 지난달 28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A(35)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새벽 2시45분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도로에서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아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이 16분간 총 4회에 걸쳐 음주측정을 시도했음에도, A씨는 음주측정기에 숨을 내쉬는 시늉만 하는 등 사실상 음주측정을 거부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의 행위를 소극적 음주측정 거부 행위로 볼 여지는 있을지언정, 음주측정 불응 의사가 명시적이었다거나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무죄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우선 “숨을 내쉬는 시늉이 일정 기간 계속 반복돼 A씨의 측정불응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때에 비로소 죄가 성립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당시 경찰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1, 2차 호흡 측정 당시 불대에 짧지만 숨을 세게 불어 넣는 것으로 보일 뿐 부정한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1~3차 측정에 불성실하게 임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해도, 4차 땐 나름대로 숨을 불어넣은 것으로 보이는 점 △경찰이 현행범 체포를 고지하자, 스스로 “한 번 더 불겠다”고 적극적 의사 표시를 한 점 등도 고려됐다.

법원 "단속경찰관, 채혈 측정도 고지했어야"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현장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현장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재판부는 오히려 경찰이 채혈 측정 방법을 고지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교통 단속 처리 지침에 ‘주취 운전자의 요구가 있거나 호흡 측정이 곤란할 경우 채혈 측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며 “(따라서) 단속경찰관은 채혈에 의한 측정 방법까지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했다. 결국 채혈 측정 고지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점에서, A씨를 음주측정 거부자로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A씨 측의 “기도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호흡량이 부족해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받아들였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이러한 내용이 기재된 병원 진단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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