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도서관에 '애국 교육' 권고 등 역사 국정화 시도
흑인 인권 강조한 1619프로젝트 '좌파' 규정
"백인 아닌 사람 포함된 역사 부정" 비판 목소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애국 교육'을 강화할 '1776 국가위원회' 설치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흑인 인권 운동 역사를 다룬 뉴욕타임스(NYT)의 '1619프로젝트' 보도 등 대안적 역사 교육관을 겨냥해 역사 교육 국정화를 선언한 것이다. 대통령이 권력을 이용해 역사 해석을 독점하고 사용을 강제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날인 2일(현지시간)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의 떠오르는 세대의 건국 원칙과 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작업을 할 1776 국가위원회를 신설하라"고 지시했다. 교육부 산하의 이 위원회는 미국 건국 역사의 원칙이 자유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국립공원·박물관 등 연방 시설의 애국 교육을 위한 연방 정부 권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이날 행정명령에는 애국 교육을 우위에 두는 학교에 예산을 우선 지원한다는 내용과 '대통령 1776상'을 마련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1776은 미국이 독립선언을 한 해에서 따온 것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NYT의 1619프로젝트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1619 프로젝트는 흑인 인권 운동과 노예제 역사를 다룬 탐사보도로, 1776년 7월 4일 미국의 독립선언 이전에 1619년부터 흑인 노예의 역사가 이어져 왔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619프로젝트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행정명령에 "일부 미국 역사관은 미국을 제도적으로 인종차별주의적인 국가로 묘사하는 일방적인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앞서 지난 9월 백악관 연설에서 인종차별반대 시위를 "좌파 폭동과 대혼란"으로 규정하면서 "수십년간 좌파의 교화가 빚어낸 직접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좌파가 학생들을 세뇌시키고 있고, NYT의 1619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라고 비난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1776 국가위원회 설치를 예고하자 일부 역사학자들은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윌리엄 페리스 노스캐롤라이나대 역사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과학자들을 대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역사학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며 "새로운 위원회를 만들 게 아니라 의회 도서관이나 국가기록원의 미국사 프로그램에 대한 의회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사학자인 다이앤 실버스 라비치 뉴욕대 교수는 "대통령은 백인이 아닌 사람들을 미국 역사에 포함시키려는 어떤 노력도 '좌파' 선전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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