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분만산부인과 개원
원정 진료·출산 불편 지역 임신부에 희소식
개원 8일만에 새 생명 태어나기도
지방소멸위기가 심각하다. 농어촌이나 지방 중소도시에선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산부인과 하나 없다 보니 어렵게 찾은 귀촌ㆍ귀농인들마저 발길을 돌린다. 산부인과 진료 한번 받으려면 1시간 이상 차를 타야 하고, 분만은 더 먼 대도시에 가야 하는 현실에 절망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3일 경북 영천시에 분만산부인과가 새로 생겼다. 2007년 영남대의료원 영천병원 분만실 폐쇄 후 13년 만이다.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산후조리원까지 원스톱 출산시스템을 갖췄다. 30병상을 갖추고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대도시 산부인과도 잇따라 문을 닫는 와중에 이례적이다.
올해 초 개원하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다소 늦어졌다. 개원 8일만인 9월30일 새 생명이 태어났다. 지자체와 민간병원이 힘을 모은 결과다.
분만산부인과 개원 등 영천시의 각별한 인구증대 노력 덕분에 지난해 영천시의 합계출산율을 1.549명으로 경북 평균 1.089명보다 월등히 높다. 시 단위 1위다. 전국 평균 0.92명과 비교하면 영천시의 성과는 두드러진다.
보건복지부 분만취약지 공모 선정 2년만에 결실
이는 민선 7기부터 본격화한 영천시의 각별한 인구 늘리기 정책 덕분이다.
영천시에 따르면 시는 2018년 보건복지부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에 공모, 선정됐다. 정부와 지자체 지원, 민간병원의 과감한 투자로 마침내 24시간 분만이 가능한 영천제이병원이 문을 열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그 동안 대구 경주 포항 등 인근 도시로 원정출산을 해야 했던 지역 임신부들은 시간적 경제적 부담이 주는 것은 물론 응급상황에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시는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출생 지원책을 펴고 있다.
임신부에게는 엽산제와 철분제를 제공하고, 임신 기본검사 외에도 기형아 검사, 임산부 건강교실 등을 운영한다. 출산 후에는 산모와 영ㆍ유아 영양제도 지원한다.
출산양육 장려금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첫째 300만원, 둘째 500만원, 셋째 1,000만원, 넷째 1,300만원이나 된다. 올해는 예식비 지원금도 3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확대했다.
초ㆍ중ㆍ고 무상급식은 지난해부터 전면 시행하고 있다. 정부안보다 3년이나 빠르다. 올해는 유치원까지 확대했다.
다양한 장학사업도 펴고 있다. 성적 우수뿐만 아니라 어학연수나 역사탐방 등 글로벌 특기적성 프로그램, 다자녀 등을 대상으로 한 복지나눔, 관내대학생 생활비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영천시 인구는 2018년 7월 역대 최저인 10만186명으로 10만 붕괴 위기에 내몰렸다. 이후 지속된 출생률 저하 속에 우려가 현실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올 9월 현재 10만1,693명을 사수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출생아 수는 659명으로 전년보다 139명 늘었고, 올해도 9월까지 442명에 달한다.
출산ㆍ양육환경 분위기 조성에 공직사회가 앞장
영천시는 공직사회가 먼저 출산, 육아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 지역 사회 전체로 확산할 수 있도록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직장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ㆍ가정 양립을 위해 연간 3일인 자녀돌봄휴가를 자녀뿐만 아니라 배우자, 조부모 돌봄까지 확대, 연간 10일까지 쓸 수 있게 했다.
임신부이거나 3세 이하 자녀를 둔 공무원에게는 재택근무를 우선 실시할 계획이다. 이미 시행중인 임신 또는 5세 이하의 자녀를 둔 공무원에게 하루 2시간 휴식을 부여하는 모성보호시간, 육아시간 제도, 임신 검진 휴가 등도 눈치보지 않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월엔 자녀 출산시 인사고과에 가산점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휴직한 직원의 업무를 대신 하는 직원에게는 최대 월 20만원의 수당도 지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임산부 전용 의자 배부, 맞춤형 복지포인트를 확대지급하고 있다.
김영태 인구행정담당은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기 위한 복무, 인사 및 복지 지원책이 직원들의 출산ㆍ양육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기문 영천시장 “인구가 늘어야 영천 미래 있다”
“영천의 분만산부인과에서 10여년만에 울려 퍼진 아기 울음소리에서 영천의 희망을 보는 것 같다. 이보다 더한 기쁨과 감동의 순간은 없었다.” 최기문 시장은 “인구가 늘어야 영천의 미래가 있고, 인구는 곧 영천 발전의 희망”이라며 ‘인구 예찬론’을 펼쳤다.
최 시장은 영천의 인구가 완만하지만 늘 것으로 낙관한다. 취임 후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어린 자녀를 키우거나 출산을 계획 중인 젊은 부부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 만들기에 영천의 미래가 있다는 확신 속에 공직사회부터 출산과 양육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매진했다.
최 시장은 “2010년 영천에 분만산부인과가 문을 닫은 뒤 10년반에 부활, 정기검진과 출산을 위해 인근 대도시로 원정을 가야 하던 임신부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여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영천의 분만산부인과병원에서 보다 많은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길 기대하며, 보다 나은 출산 양육 한경 조성을 위해 영천시의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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