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찬성으로 끝난 전 당원 투표 결과에 따라 ‘재·보궐 선거 원인 제공 시 무공천’ 당헌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 사안을 전 당원 투표에 부칠 때부터 예정됐던 수순이긴 하지만, 민주당이 현실론을 핑계로 정치 혁신의 명분을 너무 쉽게 버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이틀간 전 당원 투표를 진행한 결과, 86.64%가 당헌 개정 및 재ㆍ보선 공천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압도적 찬성률을 "재ㆍ보선에서 공천해야 한다는 전 당원 의지의 표출이자 책임 정치를 내세운 당 지도부의 결단에 대한 전폭적 지지"로 해석했다. 하지만 당원들의 뜻이 모아졌다고 해서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는 행태가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를 내보내겠다"는 다짐이나 윤리신고센터ㆍ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 설치, 성인지교육 강화 등의 사후 대책도 서울·부산 시정에 공백을 초래하고 막대한 돈이 드는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근본적 잘못을 가릴 수 없다.
서울ㆍ부산시장 선거를 건너뛰는 것은 쉽지 않다는 현실론과 당헌에 얽매여 후보를 내지 않는 게 더 무책임하다는 책임 정치론 모두 일리는 있다. 하지만 이번 당헌 개정 과정을 돌아보면 재ㆍ보선의 원인이 된 부정부패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결정을 당원에게 미루는 수단으로 전 당원 투표를 활용하는 바람에 충분한 의견 수렴과 토론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앞서 2017년 추미애 대표 시절 정당발전위원회를 발족해 부정부패 등으로 재·보궐 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경우 공천을 금지하고 선거비용 보전 등의 책임을 묻는 방안을 법제화하기로 했었다. 그래 놓고선 이번 재·보선에 들어가는 선거 비용 838억원에 대해선 일언반구 말이 없다. 민주당은 번지르르한 말보다 재·보선 원인 제공 정당에 불이익을 주는 보다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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