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연구 목적 공간 부족 등으로 입주 어렵다"
건설청 "필요 예산 확보 어렵다"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도 '없던 일'로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에 이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융합의과학원의 세종시 입주가 사실상 무산됐다.
2일 KAIST에 따르면 최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융합의과학원을 입주시키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KAIST는 세종시 집현리(4-2생활권) 공동캠퍼스에 2022년까지 융합의과학원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2015년 6월 세종시와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입주를 추진해 왔다. 2018년에는 건설청과 합의각서(MOA)를 체결하고 2019년까지 공동캠퍼스 입주를 위한 법적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었다. 이어 2021년부터 교수 50여명, 학생 500여명 규모의 대학원 과정 운영을 시작한 뒤 캠퍼스 추가 이전, 확대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부터는 추진자문단도 구성·운영해 왔다.
하지만 융합의과학원 입주는 건설청과의 실무 논의 과정에서부터 삐걱대기 시작했고, 결국 현재 설계된 공동캠퍼스 시설 형태로는 입주가 불가하다고 KAIST는 판단했다.
KAIST 관계자는 “추진 자문단에서 바이오 연구를 위해선 동물 실험동이 있어야 하고, 바이오.생명과학 연구에 필요한 실험 장비들을 갖출 공간도 있어야 하는데 세종 공동캠퍼스는 일반 강의실 형태여서 연구 목적의 융합의과학원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학교 측에 전달해 왔다”고 말했다.
건설청 관계자는 “KAIST 측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선 1,000억~1,5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공동캠퍼스 전체 예산이 2,000억원인데 그(KAIST의 요구사항을 위한) 예산 확보는 법령 개정 등이 필요하고, 현실적으로 어렵다. KAIST 측도 여기엔 공감대를 갖고 있다”며 “아직 최종 결론을 낸 것은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고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건설청은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을 유치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지만,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교육부 설립승인 심사에서 탈락해 무산됐다. 이와 관련해 건설청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지난달 건설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 질타했다.
최 의원은 “산타체칠리아는 한 푼도 투자할 생각이 없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다. 앞으로도 분교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교육부의 심사 반려 이유였다”며 “중간에 들어와 있었던 대학도 다 철수하고 나가는 상황에서 아무 것도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건설청의 미숙한 행정을 지적했다.
산타체칠리아 음악원 유치 과정에서 혈세 낭비 문제도 불거졌다.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에 설립 준비비로 6억원을 건넸지만 개교 계획이 철회되더라도 이를 회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사업 목적이 도시 자족기능을 강화하는 것임을 감안해 유치하려는 해외대학에 대한 국내 수요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지원 대상을 결정했어야 한다”며 “탁상행정, 보여주기 행정을 한 대표적 사례로, 문제를 확인한 후 고치려고 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라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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