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 장기화, 中 현지 업체 부품 다변화 필요
삼성 첫 5나노 AP 中 비보 스마트폰에 탑재
삼성 스마트폰, 파운드리 사업부도 상승효과
삼성전자가 5나노미터(1㎚=10억분의 1미터) 공정 기반의 최신 스마트폰 핵심 부품을 중국에서 처음 공개한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업계가 공략 대상이다.
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중국법인은 이달 12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자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인 '엑시노스1080' 공개 행사를 연다. 중국 현지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부품의 공개 행사 개최는 이례적이다.
AP는 스마트폰의 연산을 처리하는 핵심 부품으로,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모뎀칩 등을 모두 집적한 '두뇌'에 해당한다. 엑시노스 1080의 경우엔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5나노미터 기반 공정에서 개발한 AP로, 중저가형 제품에 특화됐다. 기존 7나노미터 공정의 AP보다 성능과 전력효율이 20~30% 향상된 게 특징이다.
이 제품은 이르면 다음 달 발표될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비보의 5세대(5G) 스마트폰 'X60'에 탑재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공개 행사를 통해 비보 뿐 아니라 샤오미, 오포 등 중국 현지 고객사들에게 엑시노스 제품의 우수성을 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이번 행보는 현재 중국 스마트폰 업계의 복잡한 내부 사정과 연관성이 적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퀄컴의 모바일 AP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퀄컴(29%)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미디어텍(26%)과 하이실리콘(16%), 애플(13%), 삼성전자(13%) 등의 순이었다. 중국 내 점유율로 보면 퀄컴이 41%로 압도적 1위를 질주 중인 가운데 최근 화웨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의 성장세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화웨이가 미중 무역갈등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하이실리콘의 생산도 중단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스마트폰 업계에선 부품 수급의 다변화는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현지 진출에 나선 삼성전자의 간접 수혜가 점쳐지는 대목이다.
엑시노스의 고객사 확대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모두에게 상승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스마트폰 부문에선 경쟁력을 갖춘 AP 출시는 퀄컴과의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퀄컴은 올해 들어 '스냅드래곤 875'와 5세대(5G) 통신 모뎀 '스냅드래곤X60' 가격을 전작 대비 100달러 가량 인상했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퀄컴과 경쟁할 수 있는 최첨단 제품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파운드리 사업부에게도 호재다. 엑시노스 물량이 대만의 TSMC와의 반도체 양산 경쟁에서 제품 다변화에 따른 안정성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미 대만의 TSMC는 최근 출시한 애플 '아이폰12'에 탑재된 AP인 'A14 바이오닉'을 5나노미터 공정으로 위탁 생산하고 있다. 아이폰만으로 연간 8,000만대 공급 물량을 확보한 셈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엑시노스 고객사가 늘어날수록 타사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중국 현지 업체들도 미국 부품을 그대로 쓰기에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이라며 "중저가 모델을 주로 판매하는 중국 업체로서는 삼성전의 엑시노스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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