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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탓에 공군 조종사 “전역 안해”… 5월 이후 신청자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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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탓에 공군 조종사 “전역 안해”… 5월 이후 신청자 ‘0명’

입력
2020.11.02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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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7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7' 개막식에서 축하비행을 한 공군 블랙이글스 조종사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빨간마후라를 걸어 주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고영권 기자

2017년 10월 17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7' 개막식에서 축하비행을 한 공군 블랙이글스 조종사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빨간마후라를 걸어 주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고영권 기자


공군 베테랑 조종사들의 민간항공사 이직 행렬이 올 하반기부터는 뚝 끊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 수요가 줄면서 ‘개점휴업’ 상태에 놓인 민항사들이 채용 문을 굳게 닫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 조짐을 보인 올 5월 이후 전역을 신청한 베테랑 조종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공군으로부터 제출 받은 ‘숙련급 조종사 전역(지원) 현황’에 따르면 올해 전역을 신청한 숙련급 조종사는 20명에 불과했다. 특히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가 재확산한 5월 이후 전역을 희망한 조종사는 0명이었다. 매년 100명이 넘는 숙련급 조종사가 민항사 이직을 위해 전역을 신청했다. 숙련급 조종사는 독자적 작전이 가능한 임관 8~17년차 베테랑 조종사를 의미한다.

2000년대 중반 여행업계 호황으로 항공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베테랑 조종사들의 이탈도 가속화했다. 파일럿 몸값이 치솟으면서 민항사들은 양성 비용이 들지 않는 공군 조종사 스카우트 경쟁에 뛰어들었고, 조종사들 역시 높은 연봉과 진급 스트레스가 없는 민항사 이직을 택했다. 공군사관학교 출신은 15년, 비공사는 10년(2015년 7월 이후 임관은 13년)의 의무 복무기간만 채우면 언제든지 전역이 가능하다.

윤 의원실이 확보한 ‘최근 5년간 숙련급 조종사 전역 현황(전년도 하반기ㆍ해당연도 상반기 신청 기준)’에 따르면 △2016년 133명 △2017년 107명 △2018년 133명 △2019년 125명 △2020년 111명이 전역했다. 이들 상당수는 민항사로 이직했다. 그러나 올해 5월 이후 전역 신청자가 전무해 내년도 전역 조종사는 0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공군에 따르면 매년 9월쯤 공군으로 발송되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대형 항공사의 조종사 채용계획 공고가 올해는 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 항공사 소속 파일럿들도 상당수 무급휴직에 들어갈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공군 조종사들은 대형 항공사의 채용 계획에 맞춰 매년 9~10월에 몰려 전역 신청을 했지만 올해는 군에 남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코로나19 덕분에 공군은 1인당 평균 10억원을 들여 키운 베테랑 조종사들을 붙잡아 두게 됐지만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이들이 군에 남으면서 진급 등에서 인사 적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군은 매년 조종사 100여명이 전역할 것을 감안해 인력을 운용해왔다. 그러나 군에 남기로 한 이들의 행보가 인사의 돌발 변수가 됐다. 올해 전역을 미룬 조종사들은 중령 진급을 앞둔 고참 소령급이다.

공군 관계자는 “이들이 중령 진급 대상자가 되는 시기는 빨라도 2년 후이기 때문에 내후년까지는 인력 운용에 큰 차질이 없다”며 “과거 메르스나 사스 때도 민항사가 조종사 채용을 중단했지만 이후 채용 규모가 회복되면서 큰 지장은 없었다”고 말했다. 공군은 올해 전역하지 않고 복무하는 조종사들은 비행대대에 우선 배치해 대비태세 유지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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