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도로시 댄드리지
미국 흑인 수영선수 시몬 매뉴얼(Simone A. Manuel, 1996~)이 흑인 여성 최초로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 두 개를 따고, 이듬해 세계수영 챔피언십 대회에서 다섯 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언론은 1953년 라스베이거스 라스트프런티어호텔(현 뉴프런티어호텔앤드카지노) 수영장에서 흑인 가수 겸 배우 도로시 댄드리지(Dorothy Dandridge. 1922.11.9~ 1965.9.8)가 겪은 수모를 환기했다. 흑인은 수영장을 이용할 수 없다는 호텔 규정에 항의하는 의미로 그가 물에 발을 담그자 백인들의 항의를 받은 호텔측이 수영장 물을 모두 빼고 다시 채웠다는 이야기. 댄드리지는 이듬해 바로 그 호텔 나이트클럽 고별 공연에서 당일 기준 관객 수 최고 기록을 달성한 스타였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난 댄드리지는 연예인 어머니 영향으로 어려서 춤과 노래를 익혔고, 미모와 기량을 인정받아 1940년대부터 가수 겸 배우로 꽤 큰 무대에 섰고, 영화에도 출연했다. 그는 오토 프레밍거가 1954년 전원 비백인 배우들로 제작한 뮤지컬 영화 '카르멘 존스(Carmen Jones)'에서 주연을 맡아 흑인 최초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역시 프레밍거의 영화 '포기 앤드 베스(Porgy and Bess. 1959년)에서 시드니 포이티어(Sidney Poitier)의 상대역을 맡았다.
하지만 그는 짧은 결혼 생활(1959~62) 동안 폭력과 갈취, 사기 등으로 큰 빚을 진 뒤 실의에 빠져 지내다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졌다. 그는 유색인종 지위 향상 협회(NAACP) 회원이었다.
잊히다시피 했던 그의 생애는 흑인 미스월드 출신 배우 할리 베리(Halle Berry)가 주연한 마샤 쿨리지의 1999년 영화 '도로시 댄드리지' 덕에 다시 주목받았다. 불우한 청년기를 겪고 순탄치 않은 결혼생활을 경험한 베리는 탁월한 연기로 그해 골든글로브를 차지했다. 베리는 가장 닮고 싶은 롤모델로 댄드리지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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