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에서 ‘안철수’ 이름 석자가 끈질기게 오르내린다. 최근 들어 부쩍 더 그렇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에선 '흥행 카드'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만한 인물이 없다는 주장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안 대표를 쌀쌀하게 깎아내렸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태도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안 대표 측근들도 안 대표가 보궐선거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압박 중이다. 안 대표만 '대선 직행'을 외치고 있다.
안 대표는 "No", 측근들은 "Yes"
안 대표는 지난달 20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절대 안 나간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선거 출마·불출마에 대한 정치인의 말은 '순간의 진실'일 뿐, '명분'만 갖춰지면 언제든 바뀔 여지가 있다.
안 대표는 '멀리 거리 두기'를 하는 반면, 측근들은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활짝 열어 뒀다. 국민의당 핵심관계자는 1일 “안 대표는 '뭔가를 하지 않겠다 혹은 뭐만 하겠다'는 식으로 상황을 보지 않는다. 야권이 보궐선거와 이듬해 대선을 어떻게 준비해야 승리를 할 수 있느냐를 고민할 뿐”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가 보궐선거에서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계가 소멸되지 않고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는 게 측근들의 판단이다. 국민의당 부대변인을 지낸 주이삭 서울 서대문구의원은 지난달 30일 “유력 정치인이 있는 정치 세력이 판도 흔들 줄 모르는 정당에서 더 이상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없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보궐선거 출마에 미온적인 안 대표에 대한 항의였다.
안 대표 후원회장이었던 최상용 전 주일대사도 최근 김종인 위원장에게 ‘안 대표를 서울시장 범야권 후보 세워보면 어떻겠나’라고 타진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도 '안 대표는 우리의 잠재적 자산이다. 그만 폄하하라'는 뜻을 김 위원장에 전달했다.
'안철수 카드', 나오면 뜰까
'인물난'에 시달리는 국민의힘은 안 대표의 상품성에 눈독을 들인다. 무엇보다 안 대표의 인지도와 중도 확장력을 높이 산다. 안 대표는 2017년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에 밀려 3위에 그치긴 했지만, 득표율은 21%에 달했다. 최근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는 범야권 주자 중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정권 창출을 위해 보수와 중도가 뭉쳐야 한다는 이른바 '보수 빅텐트론'의 중심에도 안 대표가 있다. 김종인 위원장 주변에서도 "안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닫은 건 아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를 '모셔 오는' 것이 아니라 김 위원장이 펼친 국민의힘 경선 판에 안 대표가 '뛰어드는' 상황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이 생각하는 안 대표의 용도는 '우리 후보'보단 '불쏘시개'에 가깝다.
안 대표, 이번엔 '철수 정치' 끝내나
안 대표는 결정적 국면에서 도전하기보단 '철수'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야권 후보를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양보했고, 2012년에도 문 대통령에게 야권 후보 자리를 넘겼다. 이후 '안철수'라는 이름은 서서히 힘을 잃었다.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데 이어,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3위에 머물렀다.
21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3석을 얻는 데 그쳐 안 대표는 존재감을 영영 잃는 듯 했다. 총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이 사람을 찾지 못하면서 안 대표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안 대표는 1962년생, 58세다. 20년 가까이 청와대행을 꿈꾼 안 대표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해 승리한다면, 대권 꿈은 2027년으로 미뤄야 한다. 그 때 안 대표는 65세가 된다. 2022년 대선이 안 대표의 대망론을 실현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안 대표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징검다리를 선뜻 밟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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