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안치료 40만원·이송료 30만원
유족 "돌아가신 것도 억울한데 황당"
경찰, 비용 전액 지급하겠다 밝혀

장례식. 게티이미지뱅크
경찰이 독감 백신을 맞고 숨진 사망자의 유족에게 부검을 요청한 뒤 정작 시신 안치료 등 국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전부 유족에게 떠넘겨 빈축을 사고 있다. 유족들은 장례 준비로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경찰의 갑작스러운 부검 요구에 장례를 3일이나 미루고 시신 역시 자비로 직접 구급차를 불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겨야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에 사는 A(50)씨는 지난달 어머니 B(90)씨를 하늘로 떠나보냈다. 숨지기 이틀 전 대구 한 정형외과의 권유로 독감 백신을 맞았는데, 얼마 안 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던 B씨는 부산의 큰딸 집으로 옮겨간 뒤 숨을 거뒀다. 담당 의사는 유족에게 "사인이 심혈관 질환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사망 신고를 위해 부산진경찰서를 찾은 A씨는 경찰관에게 "며칠 전 어머니가 독감 예방접종을 했다"고 하자, 경찰은 대뜸 부검을 해야 한다며 장례를 잠시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의 부검 요구가 마뜩잖았지만, 당시 독감 백신을 맞고 사망한 사건이 잇따르던 터라 유족들은 경찰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경찰의 대응은 미흡하기 그지 없었다. 부검 명령이 3일 뒤에야 떨어진 탓에 유족들은 이 기간 동안 어머니 시신을 병원 안치실에 모셔야 했다. 더구나 경찰은 유족에게 언제까지 부검장에 와야 한다고만 통보할 뿐 시신을 어떻게 옮겨야 하는지 등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자비로 직접 구급차를 불러 어머니 시신을 양산의 국과수로 옮겼고, 부검을 마친 뒤 다시 대구의 장례식장으로 옮겨야 했다. 이 과정에서 시신 안치료 40만원과 구급차 이송료 30만원도 유족들이 부담했다. A씨는 "어머니를 부검하고, 이것 때문에 장례를 미룬 것도 가슴이 아픈데 이 비용까지 유족이 내는 게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24일 A씨가 부산 장례식장에서 받은 영수증. 부검을 기다리는 3일 간의 시신 안치료를 A씨가 직접 지불했다. A씨 제공
경찰은 유족들이 항의하고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병원과 소통이 잘 안돼 유족에게 안치료를 청구한 것 같다"며 관련 비용을 전부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부검이 지체돼 장례가 3일이나 미뤄진 걸 두고선 "사망 시각이 금요일 새벽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뒤늦게 경찰의 연락을 받은 A씨는 "독감 백신을 맞았다는 이유로 무조건 부검하는 것도 이해가 안되고, 더구나 법 집행만 내세우고 정작 전후 과정은 설명해주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부검을 할 땐 경찰들이 유족을 더 배려해 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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