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한국GM에 2개의 비상등이 켜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노동조합의 파업까지 겹치면서다. 이에 따른 누적 생산차질은 7만대에 육박할 조짐이다. 당초 계획했던 올해 흑자전환 계획도 수포도 돌아갈 전망이다.
1일 한국GM 노사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달 30일에 이어 2일 오전ㆍ오후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이틀에 걸친 16시간의 부분파업으로 입게 될 한국GM의 생산차질은 총 6,700대로 점쳐진다. 앞서 코로나19, 잔업ㆍ특근 거부 등으로 발생한 6만2,000여대의 생산차질까지 감안하면 올해 누적 피해는 6만8,700여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파업은 지난달 29일 ‘2020 임금 및 단체협약’ 21차 교섭에서 확인된 노사 양측의 입장 차이로 예견됐다. 당시 사측은 올해 임금을 동결하고 내년 기본급 2만2,000원 인상과 올해 및 내년 성과급ㆍ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총 700만원 지급 대안을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과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평균 2,000만원 이상) 지급, 부평2공장 신차 배정 등을 고집했다.
부분 파업이지만 손실은 피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GM 본사에선 한국GM에 노조 파업에 대한 경고장을 보낸 바 있다. ‘트레일블레이저’ ‘트랙스’ 등 주력 수출 차종의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한국의 수출차종 생산 배정을 중단하겠다고 전하면서다. 한국GM의 경우엔 수출 규모가 내수보다 3~4배 가량 많다. 때문에 수출 차종 제외는 성장 엔진을 정지시키는 것과 동일하다. 가시밭길만 달려온 한국GM 입장에선 설상가상일 수 밖에 없다. 2014년부터 적자에 빠진 한국GM은 2018년 산업은행에게 7억5,000만달러와 GM 본사로부터 64억달러 등을 수혈 받으면서 경영정상화에 몸부림치고 있는 상태다. 2018년엔 군산공장 폐쇄를 계기로 철수 위기설에 휩싸인 바 있다. 내심 올해를 흑자전환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힌 한국GM의 야심찬 청사진도 코로나19 장기화와 노조 파업에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을 강행한 한국GM 노조에 대한 업계 안팎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협력사들은 파업 장기화로 유동성 위기가 재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부품업체들은 지난 7월 이후 정부,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유동화회사보증(P-CBO), 신용보증기금ㆍ기술보증기금의 자동차산업 상생협약보증 프로그램,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겨우 넘긴 형편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오랜만에 확보한 경쟁력에 힘입어 물량이 없어 판매하지 못할 정도로 미국 중심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출 주문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부분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로 또 다시 흑자전환의 희망을 좌절시키고 있다”며 “집단별 소집단 이기주의에 의한 단기이익 극대화보다는 중장기 기업 생존을 통한 전체 이익 극대화를 위한 양보와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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