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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모두 잃고 암 투병까지...' 절망 속에서 아깽이 엄마로 다시 태어난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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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모두 잃고 암 투병까지...' 절망 속에서 아깽이 엄마로 다시 태어난 강아지

입력
2020.11.0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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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斷腸)’이라는 말의 유래를 아시나요? 자식을 잃어 슬퍼하다 죽은 어미 원숭이의 배를 갈라보니 장이 다 끊어져 있었다는 중국 고사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이처럼 자식을 잃는 것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가릴 것 없이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또 그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임신한 채 구조됐다가 새끼를 모두 잃은 개가 이 슬픔을 딛고 일어섰다는 아주 기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미국 애리조나 주의 어느 주유소 화장실 앞에서 구조된 조지아. Sunshine Dog Rescue 페이스북

미국 애리조나 주의 어느 주유소 화장실 앞에서 구조된 조지아. Sunshine Dog Rescue 페이스북


사연의 주인공은 셰퍼드 믹스견인 ‘조지아’인데요. 조지아는 지난 7월 미국 애리조나 주의 한 주유소 화장실에서 구조된 강아지입니다. 구조 당시 조지아는 사람들이 주는 음식물에 기대어 삶을 연명하고 있었는데요. 소식을 접한 동물보호단체 ‘선샤인 개 구조대’는 조지아를 구조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갔죠.

조지아의 상태를 살핀 구조대는 구조가 시급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조지아의 뱃속에 새끼가 있었기 때문이었죠. 약 한 달 뒤 정도면 아이들이 태어날 것으로 예측했고, 지금 상황에 계속 방치되어 있다면 조지아도, 배 속에 새끼들도 위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구조 당시 조지아는 임신 중이었고 제왕절개를 하러 급히 병원으로 향해야 했다. Sunshine Dog Rescue 페이스북

구조 당시 조지아는 임신 중이었고 제왕절개를 하러 급히 병원으로 향해야 했다. Sunshine Dog Rescue 페이스북


그렇게 보호소로 오게 된 조지아. 한 달간의 보살핌을 받고 난 후 드디어 출산의 순간이 다가왔는데요. 하지만 진통을 겪던 조지아는 무슨 일인지 새끼를 낳지 못했고 결국 제왕절개를 하기 위해서 응급실로 가야만 했습니다. 급하게 병원으로 향한 조지아. 길에서 지낸 세월이 너무 허기지고 고달파서였을까요. 결국 뱃속의 새끼 모두를 잃고 말았습니다.

새끼들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조지아는 매우 불안하고 힘들어했는데요. 선샤인 개 구조대의 설립자인 애니타 오사는 “조지아는 마치 자신의 새끼를 찾으려는 듯 우리가 제공한 유아용 매트리스를 발로 긁고 물어뜯으며 망가뜨리고 있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새끼를 모두 잃은 조지아는 보호소 직원들이 마련해준 매트리스를 물어뜯고 발로 파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Sunshine Dog Rescue 페이스북

새끼를 모두 잃은 조지아는 보호소 직원들이 마련해준 매트리스를 물어뜯고 발로 파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Sunshine Dog Rescue 페이스북


하지만 비극적인 소식은 이뿐만이 아니었는데요. 제왕절개 수술을 하는 동안 조지아의 자궁에서 암으로 의심되는 혹이 발견된 것입니다. 수술을 맡은 수의사는 혹의 정확한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조직 검사를 맡겼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보호소 직원들은 초조하기만 했습니다.

한 번에 모든 새끼를 잃고, 건강까지 악화되고 있던 조지아. 보호소 직원들은 불안해하는 조지아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보호소 직원들은 고민 끝에 수술 후 회복 중인 조지아의 모성 본능을 채워줄 방법을 찾아보자는 아이디어를 내게 됐죠.

조지아는 아기 고양이들을 마치 자신의 새끼처럼 돌보기 시작했다. Sunshine Dog Rescue 페이스북

조지아는 아기 고양이들을 마치 자신의 새끼처럼 돌보기 시작했다. Sunshine Dog Rescue 페이스북


아기 고양이들 역시 조지아를 엄마로 따르는 행동을 보였다. Sunshine Dog Rescue 페이스북

아기 고양이들 역시 조지아를 엄마로 따르는 행동을 보였다. Sunshine Dog Rescue 페이스북


마침 보호소에는 어미를 잃은 채 방치되었다가 구조된 아기 고양이 3형제가 있었는데요. 보호소 직원들은 어미가 필요한 아기 고양이들을 조지아에게 소개해주기로 했고, 세 마리 중 한 마리를 조지아에게 조심스럽게 내밀었습니다. 조지아는 꿈틀거리는 아기 고양이를 조심스럽게 살피더니 품어주기 시작했는데요. 그러자 보호소 직원들은 안도하며 남은 아기 고양이 2마리도 조지아에게 맡겼죠.

조지아는 아기 고양이 3형제에게 젖을 물리고 핥아주며 마치 자신의 새끼인 것처럼 돌보았는데요. 아기 고양이들도 조지아를 다른 종으로 생각하지 않고 어미처럼 붙어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지아와 아기 고양이들 간의 유대관계는 깊어져갔고 조지아는 차츰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조지아의 극진한 돌봄으로 건강하게 성장한 아기 고양이들. Sunshine Dog Rescue 페이스북

조지아의 극진한 돌봄으로 건강하게 성장한 아기 고양이들. Sunshine Dog Rescue 페이스북


그리고 얼마 후, 제왕절개 당시 진행한 조직 검사의 결과가 나왔는데요. 조지아의 자궁에 있던 혹은 암으로 진단되었지만, 너무 다행히도 치료가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아기 고양이들이 젖을 떼고 난 후부터 항암치료를 시작하기로 했죠. 조지아의 살뜰한 보살핌 덕분에 아기 고양이들은 병으로 우유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히 자랐고 조지아도 항암치료를 시작했는데요. 안타깝게도 이 과정에서 막내 고양이는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고, 그래서인지 조지아는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남은 두 마리에게 극도로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애니조나 주에 살고 있던 토라와 엠버는 조지아와 아기 고양이 한 마리를 가족으로 맞았다. Sunshine Dog Rescue 페이스북

애니조나 주에 살고 있던 토라와 엠버는 조지아와 아기 고양이 한 마리를 가족으로 맞았다. Sunshine Dog Rescue 페이스북


항암치료를 받고 한 달 정도 흐른 후, 조지아와 아기 고양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조지아를 입양하겠다는 가족이 등장한 것이죠. 다행스러운 것은 조지아가 돌보고 있는 아기 고양이 중 한 마리도 함께 입양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애리조나에 살고 있는 토라 데이비드와 카운티 엠버는 조지아에게는 ‘마일로’, 아기고양이에게는 ‘토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가족이 되었는데요.

정서적으로 다소 불안했던 토라는 마일로와 토비를 가족으로 맞아서 많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엠버는 마일로가 항암치료를 마치고 나면 체계적으로 '정서적 지원 동물(an emotion support dog)' 훈련도 진행해볼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새로 입양간 집에서도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 마일로(조지아)와 토비. Sunshine Dog Rescue 페이스북

새로 입양간 집에서도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 마일로(조지아)와 토비. Sunshine Dog Rescue 페이스북


이제는 따뜻한 가족의 품에서 지내게 된 마일로와 토비. 마일로가 입양을 갔지만 선샤인 개 구조대 측은 마일로(조지아)의 치료비를 계속해서 지원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새끼를 잃은 아픔을 잘 극복하고 이제는 항암치료까지 씩씩하게 받고 있는 마일로. 토비, 그리고 새로운 가족과 함께 앞으로는 꽃길만 걷길 바랍니다.

이승재 동그람이 에디터 dack02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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