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26~30
영화 속 시나리가 현실로 들어올 판이다. △카이스트(KAIST) 덕분에 똑똑해진 인공지능(AI)을 탑재하면서 눈치까지 볼 수 있는 스피커 등장이 예고되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비수기에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가져온 홈쇼핑업계와 △18년 만에 일본 도쿄거래소에서도 대표 주가 지수인 ‘닛케이225’에 이름을 새긴 넥슨은 눈길을 끌었다. 반면 재계 거목으로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는 씁쓸함을 자아냈다. ▽따가운 여론에도 영화관람료를 인상한 CGV와 ▽코로나19 여파에도 파업을 선택한 자동차업계 노조엔 비난이 빗발쳤다.
▲상한가
●'눈치 100단' AI 기술 개발한 카이스트
이젠 눈치까지 본다. 사람의 기분에 따라 말을 먼저 거는 것도 가능하다. 마치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한 AI 비서 ‘자비스’를 연상케 한다. 말을 잘못 알아듣고 동문서답하기가 부지기수였던 예전에 비해선 일취월장이다. 카이스트의 스마트 AI 기술 개발 소식에 기대된 스피커 형태다. 이의진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 연구팀은 먼저 말 걸기 좋은 최적의 시점을 AI가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현재 시중에 나온 AI 스피커의 경우엔 사용자가 먼저 주문한 서비스에 한해 움직인다. 이에 연구팀에선 AI 스피커가 사용자에게 먼저 말을 걸기 좋은 시점 찾기에 나섰다. 통계치는 캠퍼스내 40명의 기숙사생들에게 1주일 동안 건넨 19개의 상황별 시나리오 데이터에서 추출됐다. 분석 결과, 사용자 입장에서 AI가 먼저 말을 걸어도 좋은 시점은 △귀가했을 때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사용할 때 △집안일을 할 때 △영상을 볼 때 △자고 일어났을 때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말 걸기에 좋지 않은 상황으로는 △취침 직전이나 도중 △일이나 공부에 집중할 때 등으로 집계됐다. 이의진 카이스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스마트 스피커나 음성대화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현재보다 더 능동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가 반가운 홈쇼핑업계
코로나19의 대표적인 수혜주다. 코로나19가 지속될수록 매출이 올라가는 꼴이다. 전통적 비수기로 점쳐졌던 3분기 실적 걱정도 끝이다. 오히려 ‘깜짝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이 예상되면서다. 코로나19 장기화와 함께 늘어난 ‘집콕’ 시간 덕분에 쌓여가는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 분석 데이터는 덤이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울상 짓게 만들었던 비대면 수요와 역대 최장 장마가 홈쇼핑 업계엔 때아닌 호실적을 안겼다. GS홈쇼핑 3분기 성적은 취급액 1조890억원, 매출 2,867억8,200만원, 영업이익 383억4,700만원으로 모두 각각 지난해 3분기보다 10.2%, 2.3%, 94.3%씩 일제히 상승했다. 3분기는 여름휴가 시즌과 겹쳐 홈쇼핑 시장이 쉬어가는 비수기이지만 올해는 장마와 코로나19에 갇힌 사람들이 특히 모바일 채널에서 전보다 더 지갑을 열었다. 코로나19 탓에 사실상 막혀 버린 해외 여행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날씨로 인한 국내 여행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선 CJ오쇼핑과 현대홈쇼핑 등의 3분기 영업이익도 44~55% 안팎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지난 2분기 13.3% 신장한 37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롯데홈쇼핑도 무난한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日기업 제치고 닛케이 입성한 넥슨
일본 도쿄거래소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및 나스닥과 함께 세계 3대 증권거래소로 알려져 있다. 그 만큼 입성도 까다롭다. 이 도쿄거래소에서도 대표 주가 지수로 전해진 ‘닛케이225’에 국내 게임사가 당당히 편입됐단 낭보가 들려왔다. ‘K-게임’의 저력을 알린 넥슨이 주인공이다. 지난 2002년 현지에 진출한 이후, 18년 만이다. 모바일 게임을 앞세운 넥슨이 일본 주요 기업들을 제치고 ‘닛케이 평균주가(닛케이225)’에 진입했다. 콘솔 중심의 일본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인정 받은 셈이다. 이 소식이 알려진 직후 넥슨 주가는 전날 대비 17.2%나 급등했다. 닛케이225는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된 225개 종목으로 구성된 일본의 대표 주가지표로, 일본 시장에 투자하는 대형 펀드 등은 대부분 닛케이225를 주가 시장 판단의 잣대로 사용하고 있다. 넥슨 대신 ‘닛케이225’에서 퇴출된 기업은 일본 3대 유통업체인 패밀리마트다.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이 참담한 성적표로 이어지면서다. 패밀리마트의 실적을 살펴보면 전년동기에 비해 매출은 10.5%, 영업이익은 46%씩 감소했다. 유연한 조직 문화와 언택트(비대면) 특수에 힘입어 상반기에만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넥슨과 상반된 결과다. 올해 넥슨은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나 ‘바람의나라: 연’ 등 뉴트로(과거 감성을 살려 새롭게 만들어낸) 게임들을 ‘히트’시키면서 5월 한국 게임기업 사상 처음으로 기업가치 20조원을 돌파했다.
▼하한가
●‘초일류’ 남기고 영면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대한민국 경제를 두 어깨에 짊어지고 일으켜 세운 ‘작은 거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5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78세.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자택에서 쓰러진 이후 6년 5개월 만이다. 1942년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3남으로 태어난 이 회장은 순탄치 않았다. “일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봐야 우리가 갈 길을 찾게 된다”며 자진해 일본 유학을 떠났고, 동양방송 이사 재직 시절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는 등 탁월한 경영 능력을 보이면서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낙점됐다. 회장 자리에 오른 지 6년 만인 1993년 ‘신경영’을 주창하면서 삼성그룹의 체질을 직접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마누라하고 자식 빼고 다 바꾸자”고 제시한 이 회장의 메시지는 아직까지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그는 이어 신경영으로 무장시킨 삼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면서 시가총액 400조원의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재탄생시켰다. 가족장으로 장례를 간소하게 지내겠다는 유가족의 결정에도 나흘간 빈소에는 한국 경제의 거목이었던 고인을 애도하는 정ㆍ재계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고인은 28일 평소 애착을 보였던 경기 용인시 기흥ㆍ화성 반도체 공장으로 마지막 출근길에 오른 뒤, 이재용 부회장 등 유가족의 배웅을 받으면서 수원의 가족 선영에 안장됐다.
●따가운 눈총 속에 영화관람료 인상한 CGV
따가운 비난을 예상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서 날아온 직격탄 피해 때문이란 게 명분이지만 예상대로 반응은 싸늘하다. 영화관 업계 1위인 CGV가 꺼내 든 관람료 인상을 바라본 누리꾼들의 시각이다. 지난 26일부터 평일 오후 1시 이후 CGV 일반(2D) 영화 관람료는 1만2,000원, 주말(금~일)은 1만3,000원이다. 기존 좌석 차등제에서 프라임석을 기준으로 하면 1,000원, 스탠다드석은 2,000원씩 올랐다. 2018년 4월 이후 2년 6개월 만의 요금 인상이다. 코로나19로 스크린이 아닌 TV나 모바일로 관객들이 옮겨간 가운데 개봉작마저 극장 대신 넷플릭스로 직행하는 상황에서 임차료와 관리비, 인건비 등 고정비를 부담하기 버겁다는 게 이유다. 직영점 30% 영업을 중단하고 희망퇴직, 자율 무급 휴직까지 시행 중이지만 역부족이라는 하소연이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등은 당장 요금을 올리진 않겠다고 전했지만 모를 일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극장 관객 수는 4,986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8% 급감했고 매출은 70.7% 고꾸라졌다. 하지만 평가는 차갑기만 하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사람 많고, 운영이 잘 될 때는 왜 가격을 올렸냐”에서부터 “가격을 내려도 가지 않을 판인데, 어이없다”나 “불매운동까지 벌여야 하는 게 아니냐”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파업 외쳐대는 자동차 노조
올해도 결국 파업이다. 코로나19로 이미 적신호가 켜졌지만 오직 한 길만 가겠다는 태도다. 사회적인 분위기와는 무관하다. 투쟁 강도만 더 높여갈 뿐이다. 가장 먼저 파업을 선택한 곳은 한국GM 노조다. 지난 29일 중앙대책위원회를 열고 2일간 각각 4시간씩 파업을 결정했다. 게다가 다음 쟁대위가 열릴 때까지 잔업과 특근도 중단한다. 한국GM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21차례나 교섭을 가졌지만, 기본급 인상, 부평2공장 신차 물량 배정 등에서 합의 도출엔 실패했다. 기아차 노조도 다음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조합원 절반의 지지만 얻으면 파업에 돌입할 태세다. 기아차 노사는 지금까지 9차례 본교섭을 가졌지만, 평행선만 달렸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내달 초 집행부 교체를 앞두고 있어, 사측과 교섭 자체를 중단한 상태다. 새 집행부가 출범하면 교섭을 재개한다는 계획이지만, 사측에 대한 압박용 파업을 결의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쟁의권도 일찌감치 확보했다. 올해 파업 없이 임단협을 조기에 마친 곳은 현대자동차와 쌍용차 뿐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기아차와 르노삼성, 한국GM의 임단협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를 넘길 공산이 크다. 완성차 업체의 강성 노선에 협력사들의 수심도 깊어지고 있다. 실제 국내 부품사 절반은 올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일보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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